20년 넘게 페미니즘 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김은주, 최형미, 최유미 교수의 핵심 강의를 한 곳에 모았다. 페미니즘 제1물결부터 주디스 버틀러, 도나 해러웨이까지, 150년 페미니즘 사상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6개 강좌로 완성했다.
우리는 매일 젠더 이슈를 마주한다. 채용 공고의 은밀한 차별, 회의실에서 무시당하는 발언, SNS를 뜨겁게 달구는 논쟁들. 하지만 정작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어떤 사상적 배경을 가졌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위계와 배제의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를 근본부터 다시 묻는 철학적 기획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것은 생물학적 성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 개념을 겨냥한 것이었다.
강사: 김은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제1물결의 핵심을 짚는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인간의 이성과 자율성을 말하면서도 여성을 배제했던 근대 철학의 모순.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과 해리엇 테일러의 사상이 어떻게 참정권 운동으로 이어졌는지 추적한다. 페미니즘이 단지 여성 해방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 해방의 철학임을 확인하게 된다.
강사: 김은주
1960-70년대 폭발한 제2물결 페미니즘의 지형도를 그린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실존주의적 페미니즘, 베티 프리단이 폭로한 "여성성의 신화", 케이트 밀렛의 성정치학까지. 하지만 이 시기 페미니즘은 백인 중산층 여성의 경험에 치우쳐 있었다. 오드리 로드, 벨 훅스 같은 흑인 페미니스트들이 제기한 "차이의 정치학"이 어떻게 페미니즘을 더 급진적으로 만들었는지 살핀다. 여성 내부의 계급, 인종, 섹슈얼리티 차이를 직시하지 않으면 진정한 해방은 불가능하다.
강사: 최형미
여성 억압과 자연 파괴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가부장제는 여성을 "자연"에 가까운 존재로 격하시키고, 자연을 무한 착취의 대상으로 삼았다. 에코페미니즘은 이 이중 지배 구조를 폭로한다. 캐럴린 머천트,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의 사상을 통해 자본주의적 발전 모델이 어떻게 여성과 자연을 동시에 착취해왔는지 드러낸다. 기후위기 시대, 에코페미니즘은 생존의 철학이 되었다.
강사: 김은주
"젠더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버틀러의 이 선언은 페미니즘 이론에 지진을 일으켰다.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 자체가 반복적 수행을 통해 만들어진 구성물이라면? 『젠더 트러블』은 난해하기로 악명 높지만, 김은주 교수의 명쾌한 해설과 함께라면 버틀러의 핵심 논지를 잡을 수 있다. 푸코의 권력 이론, 라캉의 정신분석, 보부아르의 실존주의가 어떻게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으로 종합되는지 단계별로 따라간다.
강사: 최유미
"순수한 인간"이라는 환상을 버려라. 해러웨이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종(種) 간의 얽힘"을 사유한다. 그의 대표작 『곤란함과 함께하기』는 인류세 시대 새로운 윤리를 제안한다. 우리는 이미 기술, 동물, 미생물과 뒤섞여 있다. 사이보그 선언으로 유명한 해러웨이가 왜 개와의 공생 관계를 철학의 중심에 놓는지, "친족 만들기"라는 급진적 제안이 어떤 의미인지 풀어낸다.
강사: 최유미
코로나19 팬데믹은 해러웨이의 통찰이 얼마나 예언적이었는지 보여주었다. 바이러스는 종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해러웨이가 제안한 "공-산(共産, Compost)"의 사유, 즉 함께 썩어 거름이 되는 공생의 윤리가 절실해진 시대다. 팬데믹 이후 세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해러웨이는 개인의 자율성이나 국가의 통제가 아닌, 다종(多種) 간의 돌봄과 응답 능력에서 답을 찾는다.
페미니즘 이론의 사상적 계보를 정확히 짚으면서도, 일상의 젠더 이슈와 긴밀하게 연결한다. 직장 내 성차별, 가사노동의 비가시화, 기후위기와 돌봄의 문제까지 -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우리 삶을 바꾸는 실천적 지식이다.
150년 페미니즘 사상사를 빠짐없이 커버한다. 19세기 참정권 운동부터 21세기 사이보그 페미니즘까지, 각 시대가 제기한 핵심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김은주 교수는 버틀러와 보부아르 연구의 권위자이고, 최형미 교수는 에코페미니즘 분야의 선구자다. 최유미 교수는 해러웨이를 국내에 본격 소개한 학자다.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쌓아온 20년 연구가 이 패키지에 집약되어 있다.
이 강좌들은 단지 "여성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인간/비인간, 자연/문화, 생산/재생산이라는 근대적 이분법 자체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동체와 윤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페미니즘은 세계를 다시 보는 인식론이다.
페미니즘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뜨겁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6개 강좌는 그 흐름에 제대로 합류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