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우울하다. 직장에서의 번아웃, 관계의 피로,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 이 시대의 우울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20세기 지성사가 남긴 가장 중요한 통찰이 바로 이것이다. 벤야민은 파리의 아케이드를 거닐며 자본주의가 빚어낸 환상을 분석했고,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어떻게 시를 쓸 수 있는가 물었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슬픔의 기호학을 펼쳤다.
김진영 교수는 한국 인문학계에서 20년 넘게 이들 사상가의 핵심을 번역하고 강의해온 1세대 전문가다. 그의 강의는 추상적 개념을 나열하지 않는다. 벤야민이 본 보들레르의 파리는 오늘날 서울의 모습과 겹치고, 아도르노가 말한 '상처로 숨쉬기'는 직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부조리를 견디는 방법이 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단순한 문학 고전이 아니라 기억과 망각,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서로 다가온다.
이 패키지는 김진영 교수의 핵심 강좌 23개를 한데 모았다. 벤야민·아도르노 핵심 가이드 5강, 롤랑 바르트 3부작 3강,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완독 5강, 소설 읽기 시리즈 10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만, 문학만, 미술만 따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는 통합적 인문학 여정이다.
벤야민, 아도르노, 바르트라는 20세기 핵심 사상가 3인을 집중 탐구하면서도, 미술사와 문학을 아우르며 인문학 전체의 지형을 조망한다. 철학만, 문학만, 미술만 따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다.
김진영 교수는 벤야민과 아도르노, 바르트의 주요 저작을 번역하고 연구해온 국내 1세대 전문가다. 그의 강의는 번역서 해설의 수준을 넘어, 원문의 뉘앙스까지 살려내는 깊이를 가진다.
철학 강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추상적 개념의 나열 때문이다. 김진영 교수는 다르다.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을 설명할 때 루브르에 걸린 모나리자와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 파일의 차이를 예로 든다. 2백 년 전 철학이 오늘의 언어로 번역된다.
프루스트를 읽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가.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사놓고 첫 장만 펼쳤는가. 이 강의는 그 책들을 다시 펼치게 만든다. 혼자서는 읽기 힘든 고전들을, 가이드와 함께 천천히 완독하는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