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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정신분석·심리학라캉 『에크리』 읽기 : 개념으로 만나는 라캉

강좌정보
라캉과 현대 정신분석학을 알기 위해 꼭 경유해야만 하는 책, 『에크리』. 독특한 문체와 서술 방식을 넘어 라캉과 만난다!


누구보다 거만했던 이름, 라캉

자크 라캉. 프로이트의 뒤를 이은 구조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누구보다 냉소적이고 오만했던 정신분석학계의 전제군주. 라캉은 자신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 위에 군림했지만, 또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주체의 내면적 주관성 대신 초월적인 구조와 형식을 강조하는 그의 시니피앙 이론은 구조주의와 상통하지만, 그는 자신이 구조주의자로 분류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강연을 듣는 청중들에게 "여러분이 라캉주의자라면 나는 프로이트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그는 정신분석학에 언어학과 철학을 차용해 프로이트를 재해석하고 쇄신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고, 프로이트로 귀환하고자 하면서 프로이트의 무의식까지 탐구해 정신분석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욕망을 위해 싸웠고 욕망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았으며 욕망의 끝까지 가보고자 했던 진정한 정신분석학자였다.

  
라캉과 그의 시대

라캉이 『에크리』를 출판한 1960년대는 구조주의 사상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다. 구조주의는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주체를 부정하고 인간 사회/상징계의 결정성을 강조한 이론적 입장이다. 라캉은 당시의 구조주의 이론가들과 가까이 지내며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레비스트로스는 라캉에게 상징계와 시니피앙의 작용에 대한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코제브가 생생하게 재구성한 헤겔의 변증법은 라캉의 상호주체성 이론에 영향을 주었다.

심지어 알튀세르는 라캉이 자신의 학파에서 파문당해 갈 곳이 없을 때 다른 장소를 소개해주고 세미나가 계속되도록 도와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우정과 학문적 교류를 통해, 라캉은 정신분석의 개념들을 철학적으로 검증하고 프로이트를 새롭게 승화시킬 수 있는 이론적 도구를 얻을 수 있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책, 『에크리』

라캉은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적 작업을 글이 아닌 말로 보이고자 했다. 진리가 서재가 아닌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성된다고 믿었던 라캉은 출판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한 탁월한 편집자의 설득을 통해 『에크리』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대중적 호응과 지성계의 지지를 얻었다. 그것은 라캉이 현대 프랑스 사상을 주도하는 거장으로 인정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대중적 호응이 불가사의할 만큼 『에크리』는 난해한 책이다.

『에크리』는 라캉 사상의 진수를 보여주는 여러 텍스트들, 주체와 상징계의 다차원적 관계를 암시하도록 배열된 배치 구조, 전체적인 연관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색인으로 아름답게 이루어져 있지만,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린 시제와 사유 때문에 무심코 연대기적으로 접근했다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라캉이 과거의 사건들은 언제나 현재의 경험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면서 의미가 부여된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라캉은 『에크리』의 모든 부분에 이렇게 자신의 사유를 치밀하게 적용했다.

전면적으로 드러난 라캉 자신의 독특한 문체와 서술방식, 텍스트의 행간을 통해 언어와 욕망의 관계, 무의식의 본질, 그리고 더 나아가 라캉의 개인사까지 암시되는 유일한 작품 『에크리』는, 라캉에 대한 연구와 현대 정신분석학을 알기 위해 꼭 경유해야만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에크리』의 개념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소쉬르에게서 나온 개념으로 언어의 최소 단위를 기호로 볼 때, 기호는 기표(소리)인 시니피앙, 기의(개념)인 시니피에로 나뉜다. 라캉에 따르면 시니피앙의 작용을 통해 의미의 세계인 상징계가 만들어져 주체의 운명을 규정한다.

상징계, 상상계, 실재계
 상징계는 주체의 원인이자 활동무대가 되는 위상학적 공간이며, 시니피앙의 연쇄적 결합과 상호 작용에 의해 구성된다.

상상계
는 주체가 자신의 이미지들로 구성하는 세계를 말한다. 상상계는 세상을 대상화하는 표상적 태도를 갖게 만든다.

실재계
는 상징계가 주체의 의미 세계인 현실로부터 배제한 부분으로, 상징화를 벗어나는 모든 영역이 실재라고 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과정
 라캉은 주체가 어머니의 욕망에 종속된 상상적 동일시에서 벗어나 아버지가 부과하는 상징계의 질서로 편입되는 과정을 오이디푸스 과정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 부성은유라고도 하는데, 주체가 ‘아버지의 이름’을 수용하고, 이 기표에 동일시함으로써 시니피앙의 주체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거울단계
 거울 속 이미지가 자아 형성의 토대가 되면서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심리학적 진화론으로, 아기가 아직 자신은 통제하지 못하는 자기 몸이 거울 속에서 완결된 상으로 비치는 것을 보면서 거울 속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순간이다.

주체
 라캉의 주체는 자율적인 것이 아닌, 대상으로서 기표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무의식 속에서 생겨나 끊임없이 타자를 욕망한다. 라캉은 언어적 구별을 토대로 주체분열의 논리를 정교하게 발전시켜, 담론의 주체 혹은 자아인 '언표 주체'와 사라짐을 통해서만 존재를 드러내는 욕망의 주체인 '언술 행위의 주체'를 구분했다.

대타자
 대타자는 주체가 동일시하는 대상이다. 아이가 만나는 최초의 대타자는 어머니이며,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이의 상상적 이자관계를 깨뜨리면서 등장해 상징계의 대표자로서 두 번째 대타자 역할을 한다. 아버지는 남근(팔루스)을 소유한 자로 간주되며, 남근이라는 특권적 기표를 얻고자 하는 것이 주체의 욕망이다.

남근(팔루스) 
남근은 남성의 실제 성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성적 쾌락과 연관지어 상상하는 특정 대상도 아니다. 라캉은 남근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프로이트의 생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경향과 달리 상징적 기능을 중시한다. 라캉의 남근은 대타자에 속한 것, 대타자의 욕망을 상징하는 절대 기표이다.

주이상스 
라캉은 무의식에 잠재된 욕망 에너지를 주이상스(향락)라고 불렀다. 주이상스는 자아의 쾌락이 상처를 향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통을 동반하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향한 욕망이다.


라캉을 만난다는 것의 의미

라캉은 1981년, 80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상은 아직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인문학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라캉은 구조주의적 정신분석학을 통해 주체를 '형성되는 것'으로 봄으로써 데카르트의 코기토로 대변되는 서구의 근대적이고 선험적인 주체를 해체했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재해석하는 데에 매진했지만, 프로이트를 뛰어넘어 독특하고 깊이 있는 이론을 전개해 정신분석학이 분과에 머무르지 않고 철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현재 그의 이론은 영화, 문학, 미술, 영화 등 문화의 전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슬라보예 지젝은 대중예술을 라캉의 틀로 분석해 지금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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