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혹은 들뢰즈/가타리라는 이름
라캉은 철학사의 중요 인물들을 언급하며 어떤 지점에서 그들이 옳았고 극복될 수 없는지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의 현대 철학에도 절대적으로 옳으며 극복될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름은 아마 들뢰즈 혹은 들뢰즈/가타리이고, 그가 서 있는 지점은 ‘차이의 철학’이 아닐까. 차이의 생성의 존재론은 들뢰즈 이전과 이후의 철학을 나누는 기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성으로서의 차이, 들뢰즈 철학의 ABC
‘차이의 존재론’은 그 자체로 중요한 철학사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들뢰즈 철학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생성으로서의 차이를 사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념과 개체화, 사건과 의미 등 그의 기본 개념들이 이어져 나오고 그 위에서 분열분석과 욕망의 정치학, 노마디즘과 ‘되기’의 사유, 그리고 일관성의 구도 등 방대한 사유 체계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 궤적을 따라가며 개념과 사유의 기본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30년에 걸친 우정의 회고이자 정리
이진경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들뢰즈를 소개하고 연구한 학자 세대인 동시에 큰 영향을 끼쳐온 장본인이다. 지금까지 사유의 ‘친구’인 들뢰즈와 ‘함께 사유하기’에 더 힘쓰던 이진경 교수는 이 특별강좌를 통해 지난 30년의 독서와 사유, 그리고 ‘우정’을 회고하며 들뢰즈 혹은 들뢰즈/가타리 철학의 진수만을 펼쳐 보인다. 깊고 세밀하게 파고든 뒤 돌이켜 간략하고 쉽게 정리하는 대가의 강의를 즐겁게 만나보자.
이진경(사회학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 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이들의 ‘코뮨’인 연구공간 <수유너머 파랑>에서 자본주의 외부의 삶과 사유를 시도하며, 근대성에 대한 비판 연구를 계속해 온 활동적인 사회학자이다. 87년 발표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로 명성을 얻은 후, ‘이진경’이라는 필명으로 ‘탈근대성’과 ‘코뮨주의’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또한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