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도'와 그리스어 'hodos'
동서양을 잇는 놀라운 언어적 연결고리
전혀 다른 문명에서 태어난 두 단어가 어떻게 같은 철학적 여정을 걸어왔을까? 중국어 '도(道)'와 그리스어 'hodos(ὁδός)'는 모두 단순한 '길'이라는 의미에서 시작해 우주의 근본 원리와 진리에 이르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 이후, 헬레니즘 문화가 중앙아시아에 전파됐다. 특히 박트리아 지역의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은 동서 문명의 교차점 역할을 했다. 『사기』에 기록된 장건의 서역 견문은 이미 한나라 시대부터 직접적 문화 접촉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의 『삶으로서의 은유』에 따르면, "길 → 방법"의 의미 확장은 전 세계 언어의 보편적 현상이다. 인간은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신체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인지적 성향을 갖는다.
"길을 걷는다"는 경험은 시간의 흐름, 목표 지향성, 선택과 결정의 요소를 포함한다. 이는 철학적 사유의 메타포로 완벽했다. 도교의 "무위자연의 길"과 플라톤의 "진리에 이르는 길" 모두 이런 신체적 경험의 철학적 확장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은유적 사용은 계속된다. "방법론(methodology)"의 어원인 그리스어 'methodos'는 'meta(따라서)' + 'hodos(길)'의 합성어로, "목표를 따라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현대 학문의 "연구 방법" 개념이 여기서 나왔다.
'도'와 'hodos'의 만남은 동서양 철학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같은 인간적 고뇌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사용한 "Holzweg(숲길)" 개념도 결국 이 전통 위에 서 있다.
길에서 시작된 이 단어들은 오늘도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언어학적 우연이 아닌, 인류 보편의 인지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 만남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