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특히 그 중에서도 문학과 철학의 관계는 언제나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주제다. 이 관계를 표현(문학)과 인식(철학)으로 단순화시킬 수는 없다. 니체에 따르면 예술이란 영원한 생성을 창조하는, 힘에의 의지이다. 예술로서의 문학은 세계와 관계하고, 해석하고, 생성하며 변화시킨다. 그럴 때 문학은 세계의 해석으로서 '철학-되기'를 수행한다. 마찬가지로 철학 역시 문학 읽기를 통해 예술-되기 혹은 문학-되기를 수행하며 무수한 접합을 생성하게 된다.
3명의 시선, 5개의 주제
언제나 사건은 현장, 구체적인 장소에서 일어난다. 여기 모인 3명의 연구자들은 시, 소설,희곡 등 ‘문학’에서 다섯 개의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일어난 철학-되기의 사건에 접속하려 한다. 자본주의, 폭력적 세계, 강요되는 단일 정체성, 이방인을 가르는 국경, 진실 없는 세계 등 배경은 우리 현실의 계기들이다. 우리의 문학 작품들은 이 현실을 해석하고 새로운 생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 철학-되기들이다.
읽기-해석과 되기-생성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저항의 가능성(바틀비), 폭력에 대한 거부로서의 ‘동물-되기’(김혜순), 단일 규정을 벗어난 리좀적 정체성의 생성(다와다 요코), 가로지르고 분류하는 국경을 넘어 이방인에 대한 환대(소포클레스), 파멸의 두려움을 넘어선 진실에의 용기(햄릿). 읽기는 이러한 주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생성의 과정일 것이다. 그러니 같이 읽어 보자.
류재숙([수유너머 파랑] 회원, 니체연구자, 작가)
공동체는 무엇보다 공동의 신체라는 생각으로, 지식공동체 [수유너머 파랑]과 함께 먹고 놀고 공부한다. 어느 정오, 니체를 읽기 시작한 이후로 니체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니체 철학이 신체를 아름답게 하고 세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믿는다. 『니체와 함께 아모르파티』,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행복한 생명』, 『둥글둥글 지구촌 협동조합 이야기』, 『복지 논쟁』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