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대의 소명
"음악에도 노벨상이 있다면 누가 받았을까요?" 호사가의 질문처럼 보이지만, 노벨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면 또 새롭게 음악을 발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주지 않을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작가가 감수성으로 시대의 고통을 껴안고 그 결과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노벨상을 받을 음악이라는 것도 그렇게 시대의 고통 속에서 나온 것들이 아닐까.
작곡가와 시대가 만나는 다양한 방식
우리는 몇 가지 관점으로 세 명의 작곡가를 뽑아 그들의 음악을 만나볼 것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대와 만났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시대정신을 몸으로 구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교향곡을 헌정하려 했지만, 그가 황제에 등극하자 배신감을 느끼고 곡의 제목을 지워 버렸다. 그렇지만 그의 마지막 교향곡은 '새로운 찬가'를 노래했다. 시대로부터 거리를 두고 미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던 드뷔시는 말년에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작곡가이자 시민으로서 전쟁에 기여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윤이상은 구한말의 한반도에서 태어나 20세기 중후반 서구 음악의 전위적 움직임에 뛰어든 유일무이한 길을 걸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로 고통받고 광주로 상징되는 조국의 운명과 함께 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역사의 강렬한 세 장면
이들이 등장하는 세계사의 장면들은 각기 다르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격동기, 19세기 후반의 제국주의와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낳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20세기 후반의 냉전기 등 세계사의 묵직한 챕터들이 배경이 된다. 예술가는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을 통해 시대의 주제를 표현하려 한다. 소나타와 교향곡, 표제음악과 인상주의, 그리고 무조주의와 전위음악. 새로운 형식을 통해 음악사를 열었던 세 작곡가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역사와 미학의 깊은 차원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송은혜(프랑스 렌느 2대학, 렌느 시립음악원)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서 피아노, 오르간, 하프시코드, 음악학, 피아노 반주를 공부했다. 현재 프랑스 렌느 2대학과 렌느 시립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풍월당 비정기 간행물 <풍월한담>에 '음악의 마들렌'을 연재 중이다. 『음악의 언어』(2021), 『일요일의 음악실』(2023)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