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고전, 헤겔의 『정신현상학』
흔히 농담 삼아 고전을 ‘아무도 읽지 않지만 모두가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이라고 하는데 이 악명 높은 『정신현상학』의 저자와 그의 책들은 그 점에서 조금 특별할 것이다. 중요한 책이라고 이름은 자주 듣지만 정작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테니까. 그렇지만 철학의 전선에서 지금도 새로운 논쟁과 영감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불려 나오는 책이라면 언젠가 진지하게 만나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감각적 확신에서부터 정신의 운동에 이르기 전까지
이번 강의는 『정신현상학』의 전반부를 다룬다. 헤겔의 생애와 『정신현상학』의 위상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해, 서문과 서론을 읽고, 의식, 자기의식, 이성까지 망라하는 범위다. 헤겔은 계몽과 낭만의 시대에 출현한 철학자다. 하지만 그는 그 둘을 종합하고 넘어서는 야심을 가졌고, 그 야심의 전모를 드러낸 것이 바로 이 『정신현상학』이라는 문제의 작품이다. 인식론인 동시에 역사의 철학적 해석이고, 사회비판인 동시에 새로운 철학적 정신을 선언하는 내용이 모두 이 책에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강좌가 다루는 전반부에서는 많은 이들을 헤겔 독서로 이끌었던 유명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그리고 ‘불행한 의식’이라는 주제가 다루어진다. 유명한 헤겔 해석자 코제브가 헤겔 철학의 정수가 담겼다고 단언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유려하고 명쾌한 해설을 통해 읽어볼 기회가 왔다.
정신의 오디세이로 이끄는 전문가의 능숙한 안내
이병창 교수는 『정신현상학』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정신’ 장에 관한 강의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많은 수강자들의 요구에 의해서 전반부에 대한 강의까지 완결함으로써 절대정신과 종교 부분을 제외한 『정신현상학』의 대부분에 대한 해설 강의를 완성하게 되었다. 40년 넘는 연구의 결산을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선보였던 강사는 그 정수를 10회의 강좌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려 한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이 철학의 고전이 말 그대로 ‘정신의 오디세이’라는 것을, 능숙한 안내자가 이끄는 여정 속에서 직접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