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나 예술사가 서구적 기원을 갖기에, 불교예술작품에 대한 분석은 통상 서구의 미학적 개념을 통해 이루어진다. 비례, 초월성, 사실성, 숭고 같은 개념이 그렇다. 이런 개념은 모든 조건을 떠나 있는 초월자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초월성의 미학에 속한다. 반면 불교는 모든 것을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내재성을 요체로 한다. 신이 초월자 아닌 중생이고, 부처 또한 신이 아니라 깨달은 자이자 스승임을 고려하면, 초월자를 전제하는 미학은 불교미술과 부합하지 않는다. 초월성의 미학 아닌 내재성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불교 철학의 개념을 미적 대상에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학이란 미감의 형식으로 작동하는 감각을 대상으로 하며, 그런 감각의 준거가 되는 미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강의에서는 이런 물음을 던지며, 불교미술 및 건축을 통해 내재성의 미학을 위한 개념들을 채굴해보고자 한다. 이로써 불교미술을 넘어서, 미학 자체의 '내재론적 전회'를 촉발하고자 한다.
이진경(사회학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 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이들의 ‘코뮨’인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자본주의 외부의 삶과 사유를 시도하며, 근대성에 대한 비판 연구를 계속해 온 활동적인 사회학자이다. 87년 발표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로 명성을 얻은 후, ‘이진경’이라는 필명으로 ‘탈근대성’과 ‘코뮨주의’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또한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