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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의 해방, 풀려난 ‘광기(狂氣)’
고전 시대의 광인(狂人)은 빈곤자, 마법사 등과 같이 비이성으로 취급되어 수용소라는 장소에 갇히게 되었다. 하지만 수용의 반동(反動)은 오히려 수용시설 자체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내고 수용을 통해 가둬두려 했던 것들이 오히려 폭발적인 대공포와 공황을 낳아버렸다. 결국, 갖은 비이성을 감금하던 도시의 수용소는 해체되어 광기 또한 해방을 맞이하고, 프랑스 대혁명을 기점으로 찾아오는 유럽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은 비이성의 범위 안에서 광기(狂氣)를 떨어뜨려 새로운 형태의 감금과 수용을 요청하게 된다.
정신병원의 탄생
이전까지의 수용소가 해체되었다 하더라도 수용 자체가 가지는 권력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광기(狂氣)는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식되게 되는데, 의학의 권력과 이전 시대로부터 이어지는 수용의 권력이 손을 잡는 순간 ‘정신병원’이 탄생하게 된다. ‘정신병원’은 이전의 수용소와는 달리 오직 광인(狂人)만을 잡아두기 위한 특화된 장소로 의료인이 유일한 권력 세력이 되는 특수한 형태의 보호시설이었으며, 이러한 점은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에 이르며 더욱 극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새로운 시대, 광기(狂氣)의 면면
19세기에 들어서며, 광기(狂氣)는 ‘광인(狂人)의 해방’이 아닌 광기의 자유에 대한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더 이상 ‘광기’는 어떠한 이성 혹은 주류의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자기 자신의 존재와 내면의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새로운 형태로서 인식되게 되었다. 이리하여 ‘광기’는 비인간적 비이성이라는 족쇄로부터 풀려나 하나의 병(病)으로 치료받거나, “길을 잃고서 영원히 방황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 예술 작품과 같은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미셸 푸코의 『광기와 역사』는 내용의 심오함과 더불어 표현의 난해함으로 인해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저서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정우 교수가 해설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이해해나간다면 푸코의 배제에 대한 생각을 엿보는 동시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소외와 배제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