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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 그 시작
흔히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된 서양철학자가 누구인지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중 한 사람이며 서양철학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되는 점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그리스에도 철학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시기의 철학자들의 말과 생각은 짧게나마 문헌으로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현대까지 이어져 오는 서양철학의 사상적 핵심,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부터 토마스 아퀴나스까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는 격언을 남긴 헤라클레이토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의 철학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모든 것들은 변화하는 것이며 정지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가운데에서도 절대 불변하는 통일된 하나, 즉 로고스(Logos)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그의 사상적 뿌리는 훗날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물론, 헬레니즘 철학자들과 중세 기독교 철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변하고 절대적인 ‘무엇’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고대부터 중세로 이어지는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뒤따라가면서 그들이 찾은 해답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가 보자.
철학 그리고 존재
철학에서의 ‘존재’란 철학의 시작점이자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목표일지도 모르는 어떤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대 서양철학에서는 본질적인 어떠한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철학과 이성을 발달시켜왔는데, 철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개념인 ‘본질’, ‘현존’, ‘이성’, ‘선’, ‘행복’ 등도 이 시기의 치열한 논쟁을 시작으로 철학의 주된 이야깃거리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초기 철학자들의 이론과 개념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 이번 강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각각의 시대별 대표 철학자들의 사상은 물론이고 그 시대적 배경과 근현대 철학과의 관계성까지 아우르는 조광제 박사님의 명쾌한 강의는 철학에 대한 사전적 지식의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라도 쉽게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십자가형에 근거한 세 인물 연구>(프랜시스 베이컨, 1944)
"그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산딸기는 주로 ‘어디’에서 자라고, 물범은 주로 ‘어디’에서 서식하며,
나와 너는 ‘어디’에서 ‘어디’로 왔다 갔다 하는지 말할 수 있다.
이같이 ‘어디’라고 하는 것은 실체들 즉 사물로서 존재하는 것들에 먼저 쓴다.
이를 바탕으로, 시인 정지용의 시 <황마차>가 ‘어디’에 있고,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십자가형에 근거한 세 인물 연구>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한민족의 자존심처럼 물체가 아닌 것들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 8강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나 내 마음의 시간을 이야기하다 중에서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