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06년 리투아니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레비나스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학하며 유대인의 성서적 가르침, 리투아니아의 문학적 상상력, 독일의 학문적 초월성, 프랑스의 구체적 행위에 대한 관심 총 네 가지 문화를 토대로 하는 독특한 철학을 펼치게 된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중 포로가 되어 고초를 겪은 후에는 극단적인 폭력의 원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는 이러한 광기의 근원을 이전까지 서구 사회 사유의 바탕이 되어 왔던 ‘존재’ 중심의 철학에서 찾게 된다. ‘존재’ 중심의 철학 속에 내재하는 ‘동일성’의 논리가 차이의 배제를 낳고 그 결과 극단적인 폭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이러한 사유 방식을 극히 비판하며 존재하는 모든 존재자의 차이를 환대하고 돌보는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부과하는 새로운 윤리를 주창하게 된다.
타자와 환대의 윤리
레비나스의 철학에 있어서 ‘타자’란 나를 자신의 유한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살게 하는 존재이자 신비함을 간직한 영원한 미지의 존재이다.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진 타자들은 영원한 신비감을 갖는 동시에 자신의 삶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자와 마주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밖에 없으며 그를 소유할 수도 침범할 수도 없는 존엄성을 느낀다. 결국 우리는 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가 원하는 일에 응하며 타자를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환대의 윤리를 실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레비나스는 이러한 타자에 대한 환대에 있어서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는 무한 책임을 지닌다고 이야기 하는데 이것이 곧, 온전한 주체로서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전까지의 ‘존재’ 중심의 사유가 회피했던 무책임한 존재로부터의 반성과 탈피를 의미하는 것이다.
2020년의 대한민국, 그리고 레비나스
국경의 벽이 낮아지고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심해지면서 지금의 이 시대는 이전까지 인류가 겪었던 어떤 시간보다도 다양한 갈등과 분쟁,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북한 이탈 주민 등 이전에 없었던 차이를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사회에 직면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늘 차이와 차별의 문제를 겪어내야 했고, 나치의 포로수용소에서 극단적인 폭력과 죽음의 경험을 목격해야 했던 레비나스의 새로운 윤리는 차별과 소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좋은 해답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일 수 있는 레비나스의 철학을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풀어나가는 박남희 교수님의 강의는 레비나스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이 강의를 통해 레비나스라는 한 명의 새로운 철학자와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고 이를 통해 배려와 사랑의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남희(연세대 철학연구소 전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