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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에서 답을 찾다
신화는 오래된 신들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화 속의 신들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오래된 영혼의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신들의 이야기가 긴 시간을 거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내장된 삶의 보편적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며 세대를 바꿔가면서 살아 있는
삶 속에 무한히 반복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신화는 그러므로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건들이
어떤 패턴의 일부인지를 조망하게 해주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화가 건네는 지도는 꿈처럼 여러 겹으로 압축된 상징의 코드를 취하고 있어서 상징 너머에 숨겨진
진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코드와는 다른 논리를 필요로 한다. 신화를 뜻하는 미토스(mythos)가
이성을 뜻하는 로고스(logos)나 역사를 뜻하는 히스토리아(historia)의 반대말로 사용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꿈의 논법인 이미지와 상징으로 말하는 신화는 이성의 명료한 언어로는 전달하기 힘든 삶의 비밀, 우주와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다. 이러한 미토스의 지혜에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기 시작할 때는 로고스의
가르침이 힘을 때이다. 명료한 이성의 가르침이 삶에서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우리가 삶에서 다른 차원의
지평을 찾을 때이다. 그때 신화는 우리에게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고, 그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우리는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신화의 의미는 우리가 신화적 삶을 살 때 드러난다고 한다.
이 강의에서는 삶에서 마주치는 몇 가지 질문들을 길잡이 삼아 신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한다.
신화 속에서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우리 삶을 빛나게 해줄 열쇠를 찾으려는 분들을 이 강좌에 초대한다.
김융희(미학자)
서강대에서 철학을,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7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학과 예술론, 신화와 상상력을 가르쳤다. 지금은 학교 밖으로 나와 명함 없는 자유인으로서 역시 강의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 글로 배운 지식들 너머 몸과 감성으로 체득하는 공부를 통해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길을 찾는 중이다. 감성과 아름다움, 꿈과 환상, 예술과 창조성, 몸과 자연에 대한 공부와 향유가 삶의 테마이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는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빨강: 매혹의 에로티시즘에서 금기의 레드 컴플렉스까지』, 『검은 천사, 하얀 악마: 흑백의 문화사』,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가 있으며 그 밖에 여럿이 함께 지은 책으로 『철학, 예술을 읽다』,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