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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로부터 『감시와 처벌』로 – 지식권력과 규율화
『감시와 처벌』(1975년)이 출간되기 직전, 푸코는 콜레쥬 드 프랑스 강의의 주제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회한다. 형벌(72년)과 징벌사회(73년)를 다루었던 그가 정신의학의 권력(74년)과 비정상인들(75년)을 주제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그가 초기 저작 『광기의 역사』 등에서 다룬 정신의학의 주제를 발전시켜 지식권력의 문제로, 더 나아가 지식권력의 규율화 메커니즘을 통해 생명 권력과 통치성의 문제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푸코의 후기 철학의 핵심적 주제들이 이제 새로운 단초로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신의학의 권력』과 『비정상인들』 강의가 갖고 있는 중요성이 놓여있다.
정신의학의 계보학적 비판
『정신의학의 권력』은 『광기의 역사』를 잇는 동시에 전작에서 제기한 문제를 발전시켜 완수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푸코는 이전에는 지식을 지식-권력으로 보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이제 지식-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규율화 기능을 수행하는지 비판을 위한 연구, 즉 계보학적 연구를 하려 한다. 정신의학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대상(광기)을 정의하고 규율했으며 그 지식의 체계와 이론화 역시 변모해왔다. 통제되지 않는 대상(비정상)을 규율하기 위해 사법 권력과 공모해 책임과 감금 여부를 판단하는 권력이 된 것도 그 일례이다. 계보학적 탐구란 이런 변화의 폭로를 통해 실천적 개입으로 이어진다. 푸코의 정신의학 비판은 여전히 시의성을 잃지 않고 있는 열린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코비드로 인한 집단 방역의 시대인 지금, 어느 때보다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푸코 사유의 대장정 – 권력과 통치성
푸코의 저서와 강의를 읽어나가는 철학자 심세광 선생의 강의는 2022년 첫 주제를 ‘권력과 통치성’으로 선택했다. 1974-5년의 저작, 『정신의학의 권력』과 『감시의 처벌』이 주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 강좌는 연속된 두 개의 콜레쥬 드 프랑스 강의 『정신의학의 권력』과 『비정상인들』을 함께 읽는다. 푸코의 강의는 매력적이지만 자칫하면 역사적 사례의 풍성함과 다소 산만하고 화려한 어법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미시적 섬세함을 잃지 않으면서 이론적 분석의 결을 따라가는 심세광 선생의 안내를 받으며, 덜 주목받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두 권의 저작을 읽어 보자.
심세광(불문학자, 철학자)
성균관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Histoire, Discours, Litterature chez Michel Foucault(미셸 푸코에 있어서 역사•담론•문학)」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성균관대학교, 건국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및 철학아카데미 등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강의해 왔다. 푸코를 주제로 한 주요 논문과 다수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