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비판서 체계의 완결
주지하다시피 칸트의 『판단력 비판』은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과 함께 3부작을 이루는 주저 중 하나이다. 흔히 진선미라고 부르는 가치에 대응해 지식(이론), 도덕(실천), 감성(취향)의 영역이 나뉘고 그에 따라 인간 정신의 능력 역시 나뉜다고 본다면, 칸트는 그것을 순수이성, 실천이성, 판단력으로 부르며 3비판서를 통해 그 근거와 원리, 한계 등을 규명하려 했다. 그런데 다른 책들도 그러하지만 『판단력비판』은 유독 출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쟁점의 핵심에 놓여 왔다. 이 책은 칸트의 3비판서 체계의 완결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 체계를 폭파시킬 도화선이 들어있다고 본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읽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다”
칸트는 이 책에서 무관심성의 관심, 목적 없는 합목적성, 주관적 보편성 등 언뜻 보면 성립불가능한 모순으로 보이는 개념들을 통해 자율성에 기초한 근대 미학의 체계를 제시하려 했다. 그래서 『판단력비판』은 칸트 철학의 완성이자 근대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새로운 철학의 영감이자 원천으로 매번 새롭게 읽히곤 했다. 너무나 많은 현대 철학자들이 이 책을 준거로 활용하다보니, 현대 철학과 직접 대화하려 한 독자들은 탄식하게 된다. 도저히 칸트를, 『판단력비판』을 직접 읽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이다.
교과서적인 강의
김상현 교수는 칸트철학의 전공자답게 장황할 정도로 번잡하면서도 심오하고 또 정확한 칸트의 분류와 개념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6번의 강의를 통해 우리가 함께 읽고 정리할 주제는 ‘미’와 ‘숭고’이다. 이 강의는 칸트 철학 입문자들을 배려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 정리의 기본 강좌이지만 곳곳에서 칸트가 그렇게 정의한 배경과 현대 철학에서 문제가 되는 함의가 언급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판단력비판』이 왜 근대 미학의 정점이자 탈근대적 상상력으로 넘어가는 문턱이 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보게 된다.
김상현(성균관대학교 교수)
‘절대 진리는 무엇이며 과연 있기나 할까?’,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나만 홀로 있는 것은 아닌가?’를 고민하면서 사춘기를 보내다 철학과에 진학하였다.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원리에 입각한 사유방식에 매료되어 칸트에 몰두,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칸트의 마감적 합리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의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전임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과연 선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가 아니면 아름답기 때문에 선한가'를 화두로 미, 예술, 인간, 사회의 관계에 대해로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