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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시대
다원주의는 '다른' 목소리들의 불협화음, 긴장과 분열을 환대한다. 소통, 이해, 합의와 같은 (근대적) 이념의 환상을 감히 넘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대도시의 굉음, 소음, 불안은 제거할 수 없는 삶의 외양이며 실재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다. 우리는 정해진 길을 따라 처음 의도했던 그 목적지에 도착하는 대신, 가급적 오래 우회하고 심지어 길을 잃고 사라질 수 있어야 한다. 자발적 실종을 위한 지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이 만들어 왔다.
여성주의? 젠더의 경계를 넘은 여성주의!
여성주의는 다원주의 시대에 걸맞는 주체의 가능성을 극히 짧은 시간 예시해 왔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인간/남자의 장소성/특수성을 드러내고, 여성 내부의 차이를 통해 여성의 복수성을 드러내면서 여성주의는 여성 없는 여성주의에 이르기까지 내재적 비판의 급진성을 육화했다.
여성주의를 사는 것은 지금껏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의 배타적인 특권일 것이며, 여성주의를 배우는 것은 다원주의자의 윤리이고, 여성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인식의 틀/한계 너머로 흘러 넘치는 삶을 긍정하는 태도일 것이다.
경화된 인식의 틀을 깨고 삶의 여린 속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 여성주의는 적절한 도구이자 방법론이다. 감수성을 훈련하는데 이만한 도구는 없다. 민주주의자는 타고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 여성주의와 함께 눈보라 속을 걷자.
양효실(미학자)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논문 「보들레르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대, 홍익대 및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대중예술의 이해〕, 〔페미니즘 미학과 예술〕, 〔미적 인간의 이해〕, 〔예술과 현대 문화〕 등을 주제로 활발히 강연 중이다. 현대예술과 페미니즘 및 현대미학에 관한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연구를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