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철학은 어렵고 윤리학은 따분하다는 편견,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이 강좌는 철학과 윤리학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철학은 무엇을 위한 학문이며, 윤리학은 도덕과 무엇이 다를까?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철학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으로 시작해, 철학과 윤리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강의는 김용옥의 『논술과 철학강의 2』(통나무, 2006)를 기반으로 철학을 그 내용이 아닌 방법론의 관점에서 규정한다. 또한 인식론과 존재론 등 철학과 윤리학에서 다루는 논제들을 한국 사회 현실에 적용해봄으로써, 진정한 이해와 소통은 가능한지를 탐구한다. 니체와 레비나스 등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해의 폭력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의 생각과 비교해가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가 그들을 떠올리게 되었는지 그 배경부터 질문한다. 마치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통해 '당연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듯, 복잡한 철학 개념을 구체적인 예시로 풀어낸다.
강의는 '나는 지도도 달력도 없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라는 푸코의 말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진리가 아닌 지금-여기의 철학을 지향한다. 마라톤의 유래를 통해 서양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가?')를 통해 윤리학의 실제적 의미를 탐구하는 식이다.
또한 강의는 철학의 '내용'보다 '태도'를 강조한다. 낯선 것을 접했을 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근거와 이유를 묻고 따지며 나만의 판단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철학함이라고 말한다. 이는 철학을 암기 과목이 아닌 사유의 훈련으로 만든다.
■ 추천대상
첫째,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권한다. '철학은 심오해서 범접하기 힘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 철학이 사실은 우리 삶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윤리 성적은 좋았지만 정작 윤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도덕 교과서를 달달 외운 것과 실제로 도덕적으로 사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에게, 윤리학의 진짜 의미를 알려준다.
셋째, '당연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왜 모두가 옳다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내가 이상한 건지 세상이 이상한 건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틀을 제공한다.
넷째,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직장인이나 대학 새내기에게 좋다. 전문 용어의 홍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철학과 윤리학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잡을 수 있다.
■ 수강팁
강의를 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강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허경 강사 스스로 "내 말을 다 믿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강의 내용과 나의 생각을 대화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철학 공부다.
각 강의를 들은 후에는 일상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출근길 지하철에서, 회사 회의 시간에, 저녁 뉴스를 보면서 '이것은 대체 누가 정한 것인가?'라고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강의 내용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된다.
강의록을 활용할 때는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자. 니체가 말한 '비도덕주의자'가 되어보는 연습, 즉 기존의 도덕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핵심이다.
6강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각 강의 사이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화하는 것을 권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듣기보다는, 한 강의를 듣고 일주일 정도 그 내용을 곱씹으며 지내다 다음 강의로 넘어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후기를 보면 이 강의의 진가가 드러난다. "어렵지 않고 편안한 강의"라는 평가와 함께, "너의 일은 네가, 나의 일은 내가, 우리의 일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마지막 강의의 메시지가 삶의 여러 관계에 적용 가능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있었는지 가르쳐준 귀중한 강의"라는 후기는 의미심장하다. 보편과 절대라는 개념이 사실은 플라톤이 만든 프레임이었다는 것, 일제시대를 거치며 우리가 사용하는 학문 용어 자체가 일본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공부의 출발점을 새롭게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내가 힘든 것이 나 때문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은 특히 인상적이다. 철학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에 힘을 주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증거다.
강의 중간중간 강의실에 흐르던 침묵에 대한 리뷰도 있다. 그 침묵은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였고, 각자의 마음에 꽂힌 화살이 울어대는 진동이었다는 표현은, 이 강의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준다.
■ 마치며
철학은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이 강의는 그 질문의 기술을 익히는 첫걸음이다. 허경 강사는 "도덕에 대해 철학하라"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이는 니체가 말한 '비도덕주의자가 되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모두가 옳다고 하니까 옳은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해보고 옳다고 여겨질 때 그렇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윤리적 태도다.
11시간 43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 강의는 철학과 윤리학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들어가는 작은 문을 연다. 그 문 너머에는 소크라테스도, 플라톤도, 니체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나'가 있다는 것이다.
준비물은 오직 철학에 대한 열린 마음이면 충분하다. 철학의 노예가 되지 않고, 철학을 내 삶의 각주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강의의 문을 두드려보자. 당신의 '왜?'라는 질문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