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말 한마디에는 얼마나 많은 감각의 층위가 숨어 있을까.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느끼는 미묘한 떨림, 미술관에서 한 점의 그림 앞에 멈춰 서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이끌림, 음악이 주는 전율.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감각'이다. 미학(aesthetics)이라는 말 자체가 그리스어 '아이스테시스(aisthesis)', 즉 '감각'에서 나왔듯, 예술과 미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감각의 세계다.
본 강좌는 칸트, 마르크스, 니체라는 세 명의 거장이 감각을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탐구한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서 펼쳐지는 미감적 판단의 세계,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가 밝히는 감각 해방의 비전, 니체의 『비극의 탄생』이 드러내는 디오니소스적 충동과 아폴론적 형식의 긴장. 이 세 사상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의 세계가 얼마나 풍요롭고 복잡한 철학적 지형인지 깨닫게 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추상적인 철학 개념을 구체적인 예술 작품과 연결한다는 점이다. 조광제 교수는 로댕의 <키스>,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 뒤샹의 <샘> 같은 실제 작품을 예로 들어 칸트의 '목적 없는 합목적성'이나 '숭고' 같은 난해한 개념을 풀어낸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과자의 기억이 칸트의 초월적 감성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스 비극 속 오이디푸스의 운명이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감각을 어떻게 체현하는지 보여준다.
또한 이 강좌는 단순히 세 철학자의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칸트의 순수하고 건조한 형식주의가 어떻게 마르크스의 전면적이고 심오한 감각론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시 니체의 생명철학과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마르크스의 감각 해방론은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경제학자로만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노동과 감각의 필연적 연관성, 사적 소유가 어떻게 인간의 감각을 '소유 감각'에 가두어 다른 풍부한 감각들을 소외시키는지에 대한 논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울림을 준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다루는 5-6강에서는 예술의 근원적 충동을 해부한다.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가진 근원적 힘과 역동성, 그것을 형식으로 형상화하는 아폴론적 방식의 관계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완전히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개별화의 원리, 탈개별화, 사티로스, 도취와 꿈 같은 개념들이 그리스 비극의 구체적 사례들과 결합되면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예술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상적이다. 미술관이나 콘서트홀에서 작품 앞에 섰을 때 "왜 이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면, 이 강좌는 그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답을 제시한다.
또한 철학 전공자나 인문학 애호가들에게도 훌륭한 선택이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혼자 읽다가 좌절했던 경험이 있거나, 니체의 『비극의 탄생』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 이 강좌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특히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인 『경제학·철학 수고』의 감각론을 다루는 부분은 마르크스 철학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예술 창작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자신의 작품이 어떤 철학적 지반 위에 서 있는지, 감각을 어떻게 예술적 형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등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충동과 아폴론적 형식의 관계에서 자신의 창작 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것이다.
■ 수강팁
전체 6강으로 구성된 이 강좌는 각 철학자당 2강씩 할애되어 있다. 1-2강은 칸트, 3-4강은 마르크스, 5-6강은 니체를 다룬다. 각 철학자의 사상을 연속으로 듣는 것도 좋지만, 하나의 철학자를 완전히 소화한 후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칸트의 개념들(무관심성, 단칭성, 목적 없는 합목적성, 숭고)은 마르크스와 니체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므로 첫 2강을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 중 언급되는 예술 작품들은 직접 이미지 검색을 해서 보면서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로댕의 <키스>나 <다나이드>,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 같은 작품들을 실제로 보면서 칸트의 미감적 판단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뒤샹의 <샘>을 보면서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칸트가 말하는 '목적 없는 합목적성'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강의록이 제공되지만 키워드 중심이므로, 중요한 개념이 나올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자. 특히 '초월적 감성학', '외화와 소외', '개별화의 원리', '사티로스' 같은 핵심 용어들은 정의를 정확히 적어두고 반복해서 복습해야 한다. 마르크스 파트에서 나오는 '소외(Entfremdung)'와 '외화(Entaußerung)'의 미묘한 차이처럼,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전체 논의를 이해하는 열쇠다.
이 강좌는 프로이트,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푸코, 들뢰즈의 감각론으로 이어지는 후속 강좌의 전편이다. 따라서 이 강좌를 제대로 소화하면 현대 철학의 감각론 전체를 아우르는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다. 감각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서양 철학의 주요 흐름을 꿰뚫어 보는 장기 프로젝트로 삼아도 좋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눈이 떠졌다"는 것이다. 한 수강생은 "칸트가 말하는 숭고가 무엇인지 어려웠는데, 이 강의를 통해 숭고미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했다. 아름다움이 어떻게 목적을 초월하고 보편적인 감각 경험이 될 수 있는지, 그것이 예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조광제 교수의 친절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감각 해방론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마르크스 하면 계급 투쟁, 경제학적 분석만 떠올렸는데, 감각 해방론을 접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평이 있었다. 노동과 감각의 필연적 연관성, 사적 소유가 인간의 감각을 '소유 감각'에 가두고 다른 풍부한 감각들을 소외시킨다는 마르크스의 통찰이 놀라웠다는 반응이다. 특히 생물학적 생명, 사회정치적 생명, 예술문화적 생명, 가상초월적 생명이라는 네 가지 생명 개념을 통해 인간 삶의 다양한 층위를 설명하는 부분이 마르크스 철학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다룬 5-6강에 대해서는 "예술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평이 많다.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의 관계, 예술이 결국 이 두 충동의 조화 속에서 탄생한다는 니체의 시선을 통해 예술 작품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수강생은 "<비극의 탄생>을 독학하려 했지만 개별화의 원리나 사티로스 같은 개념 때문에 어려웠는데, 이 강의가 니체 입문의 가장 명쾌한 길잡이가 되었다"고 평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지적되었다. 강의록이 키워드 위주의 나열이라 복습할 때 스스로 필기한 내용에 의존해야 했다는 의견, 마르크스 파트에서 '소외'와 '외화' 같은 핵심 용어의 미묘한 차이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철학적 개념과 예술적 사례의 조화가 훌륭했다", "감각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철학적 시야를 확장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다.
■ 마치며
감각은 우리를 사로잡는 마적(魔的)인 사건이다. 그것은 외부에서 오기도 하고 내부에서 솟아오르기도 하며,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나든다. 칸트는 그 감각을 순수한 형식의 세계로 정련하고자 했고, 마르크스는 그것을 노동과 소유의 구조 속에서 해방시키고자 했으며, 니체는 그것을 근원적 충동과 형식의 긴장 관계 속에서 포착했다.
이 세 철학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여정은 단순히 과거의 사상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감각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아침에 커피 향을 맡을 때, 출근길에 우연히 듣게 된 음악에 발걸음이 멈출 때, 미술관에서 한 점의 그림 앞에 오래 서 있게 될 때, 우리는 이제 그것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임을 알게 된다.
예술은 감각의 세계로 깊이 침잠해 그 세계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각의 세계는 삶의 최종적이며 최고의 향유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다. 본 강좌는 프로이트,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푸코, 들뢰즈로 이어지는 감각론 시리즈의 첫 장이다. 칸트, 마르크스, 니체와 함께 감각의 철학적 지형을 탐험한 후, 20세기 현대 철학자들이 이 주제를 어떻게 전개했는지 탐구하는 여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감각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그것을 철학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존재를 더 깊이, 더 풍요롭게 이해하는 일이다. 조광제 교수의 친절하고 상세한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사소개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