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글쓰기와 말하기의 기본 단위
글쓰기와 말하기의 기본 단위는 개념이다. 개념이 모여 문장을 만들고, 문장들이 단락을 이루며, 이 단락이 모여 글이 완성된다. 이런 까닭에 개념 즉, 단어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철저한 검토가 없으면 좋은 문장을 만드는 작업은 어렵다. 그렇다면 영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는 어떨까? 한국인인 우리는 한영(영한)사전에 의지해 단어의 의미를 찾고 그 단어를 외운다. 그리고 한국어 문장과 동일한 형태로 문장 속에 배치시킨다. 마치 한국어 단어와 영어 단어가 동일한 수준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 단어 간의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에서 시작하는 영어 공부법
첫째, 영어의 동사는 한국어에 비해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부정, 시제, 법을 주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장의 구조 자체를 결정한다. 한국어 동사는 단지 주어의 동작이나 상태를 알려주는 의미상의 기능을 한다. 이런 까닭에 영어를 공부할 때는 동사의 의미만 아니라 어떤 문장 형식을 만들어 내는지 꼼꼼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영어 단어 뜻은 한국어 단어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다. 글을 교정하다 보면 지적되는 내용의 열의 아홉은 잘못된 어휘 선택이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영어 단어의 구체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의 ‘복잡한’을 영어로 쓸 때는 문맥에 따라, 사람이 많아 복잡하면 ‘crowded’, 요소가 많아 복잡하면 ‘complex’, 복잡해서 힘들면 ‘complicated’, 섬세하게 복잡하면 ‘intricate’를 써야 한다. 학습자들은 이런 문맥상의 특징에 약하다.
셋째, 한국어는 한 단어가 보통 하나의 품사를 가지지만 영어는 한 단어가 여러 개의 품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어의 대표 품사만을 알고 문장에 활용한다면 단어 활용이 획일적이고, 그 단어들이 구성하는 문장도 단순하게 되다. 예를 들어, ‘Near’가 전치사가 아닌 부사, 형용사, 동사로 활용되는 사실을 모르면 As the wedding date drew near, I became more nervous (결혼식 날이 점점 다가오자 나는 더욱 긴장되었다)든지, The project is nearing completion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와 같은 문장은 만들 수 없다.
최정숙(영어전문가)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한국학 석사 학위를,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데이비스분교)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토론 및 글쓰기를 지도했고, 강원대 국제어학원과 한국 국방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 건국대 언어교육원, 한겨레교육,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 중이다. 미국 대학생의 글쓰기를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 한국인을 위한 영작문 책 <미국식 영작문 수업>, <미국식 영작문 수업-입문>. <미국식 영작문 수업-어휘>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