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그의 진정한 면모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감각적이지만 깊이가 없다는 평가, 역사의식이 부재한 대중소설가라는 폄하, 모호한 상징과 비유로 가득한 작품이라는 비판. 이러한 단편적인 이해는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조망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 강의는 하루키 문학의 전모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여정이다. 초기 대표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노르웨이의 숲』, 『렉싱턴의 유령』까지, 그의 작품 속에 깊이 자리한 역사의식과 세대의식을 추적한다. 아버지 세대와의 단절, 1970년대 고도 성장기 일본의 상실감, 소통의 부재와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네는 '괜찮다'는 위로. 하루키 소설을 관통하는 정치적 무의식과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실존적 물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비교문학적 시각을 통한 입체적 분석이다. 강사 김응교 교수는 일본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거쳐 비교문학을 전공한 연구자이자 작가, 비평가로서 하루키 문학을 세계 문학사의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니체의 주인과 노예의 도덕, 도스토예프스키의 무의식의 서사, 프로이트의 언캐니 개념까지, 하루키가 독서를 통해 형성한 문학적 자양분의 뿌리를 함께 탐색한다.
또한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세밀한 고찰이 돋보인다. 노몬한 전투와 아버지 세대의 전쟁 책임, 1970년 미시마 유키오 사건과 일본 극우의 근원, 68년 세대의 좌절과 고도 성장기의 모순, 고베 대지진 같은 역사적 트라우마까지, 하루키 소설의 배경을 이루는 일본 현대사를 꼼꼼히 짚어낸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이 단순한 청춘소설이나 판타지가 아니라 시대의 무의식을 포착한 역사소설임을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 하루키를 일본 작가의 틀을 넘어 세계 문학의 목소리로 조망한다. 그가 카버, 피츠제럴드 등 서구 문학과 나쓰메 소세키 같은 일본 문학 전통을 어떻게 종합했는지, 일본의 정체성을 초월하여 글로벌적 문제의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 추천대상
하루키를 사랑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강의는 필수적이다. 『노르웨이의 숲』을 청춘의 사랑 이야기로만 읽었다면, 『양을 쫓는 모험』의 판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면, 이 강의를 통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루키를 폄하해온 이들에게도 이 강의는 중요한 재발견의 기회다. 그를 깊이 없는 대중작가로 치부했던 이들은 그의 작품 속에 숨겨진 역사의식과 철학적 깊이를 발견하며 놀라게 될 것이다. 비평가들이 놓쳤던 하루키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계시와 같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일본 문학과 현대사에 관심 있는 학습자들에게도 유익하다. 하루키라는 프리즘을 통해 전후 일본의 세대 갈등, 극우의 뿌리, 68년 세대의 좌절, 고도성장기의 모순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학을 통한 역사 공부이자 역사를 통한 문학 이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 수강팁
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룰 작품들을 미리 읽고 오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노르웨이의 숲』, 『렉싱턴의 유령』 등 해당 작품을 사전에 읽어두면 강의 내용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품을 읽지 않고 들어도 이해는 가능하지만, 읽고 나서 듣는다면 그 울림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참고 작품들, 특히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을 함께 읽으면 더욱 풍성한 이해가 가능하다. 비교문학적 맥락을 직접 확인하며 하루키가 어떻게 대작가들의 영향을 흡수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강의 속도가 다소 빠른 편이므로 중요한 부분은 메모하거나 되돌려 들으며 꼼꼼히 따라가는 것이 좋다. 한 강좌당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것을 소화하기보다는 반복 수강을 통해 점차 깊이를 더해가는 방식을 추천한다.
강의 후에는 김응교 교수의 저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어디에 있니』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이 강의를 "하루키의 재발견", "일종의 계시" 같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하루키를 단순한 대중소설가로만 여겼던 이들이 그의 작품 속 역사의식과 세대의식의 층위를 발견하며 충격을 받았다는 후기가 많다. 특히 "하루키를 '유령 작가'에서 '대작가'로 끌어올린 수업"이라는 평가가 인상적이다.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게 되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연결된 고통'과 애도를 위한 제의로서의 성행위, 헤테로토피아의 상상력이라는 분석을 통해 작품의 심오한 층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나오코와 미도리를 반딧불이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맥락에서 해석한 부분이 특히 탁월했다는 평가가 많다.
『양을 쫓는 모험』 강의에서 미시마 유키오 사건과 일본 극우의 근원을 다룬 것이 충격적이면서도 유익했다는 반응도 있다. 하루키의 판타지가 역사적 무의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단순히 문학 강의가 아니라 역사 공부까지 되는 알찬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카프카와 연결하여 분석한 부분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는 후기도 있다. 개인적인 세대 간 단절의 고민과 공명하며 위로를 받았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괜찮다'는 하루키의 위로가 이 강의를 통해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다만 강의 속도가 조금 빠르고 한 강좌당 다루는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꼼꼼하게 메모하며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중요한 부분은 잠시 멈춰 되새기며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 마치며
하루키는 다시 읽어야 하는 작가다. 우리는 오래도록 그를 읽어왔지만, 역설적으로 그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강의는 그동안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하루키의 모습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다.
그의 소설은 단순한 청춘의 상실감이나 감각적인 비유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아버지 세대와의 단절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고, 1970년대 일본 사회의 소통 부재와 상실감이 있으며, 일본 극우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 있고, 연결된 고통 속에서도 삶의 자리를 찾으려는 실존적 몸부림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이 있다.
김응교 교수라는 탁월한 안내자를 따라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깊이 탐색하다 보면, 우리는 그를 마치 처음 만나는 듯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카프카,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카버 등 대작가들과의 공명 속에서 형성된 그의 문학적 자의식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단순한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계 문학사 속의 한 지점에 우뚝 선 대작가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이 건네는 '괜찮다'는 위로는 이제 더 이상 가벼운 말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현실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낸 자만이 건넬 수 있는, 깊은 울림의 언어다. 이 강의를 통해 그 울림을 함께 경험하기를 바란다.
김응교(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