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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마르크스는 유효한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되었다. 소비에트 연방은 무너졌고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확산되어 유일한 경제 체제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그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르크스는 유효한가? 자본주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과연 그 대안이 있는지, 실현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마르크스인지 대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마르크스를 옹호하기 위해서도, 반대하기 위해서도 그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1848년 혁명의 실패 이후 마르크스는 반성에 빠졌다.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혁명을 일으켰을 뿐, 정작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10년간 경제학을 공부하며 자본주의를 과학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역량을 쌓았고, 『자본』이라는 걸출한 저작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마르크스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마르크스처럼 철학하기
이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킨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헤겔의 관념론에 반대하면서도 변증법적 방법론을 수용하여 헤겔 철학을 보다 급진적으로 전유한다. 포이어바흐의 낡은 유물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일반적 세계관으로서의 유물론을 완성한다. 정치경제학 연구의 토대가 된 그의 철학은 기존 철학 사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 치열한 싸움, 부정과 계승의 산물이었다.
철학의 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은 세계를 고정된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라 부단히 변화하는 과정 속의 사물들로, 서로 연관되어 있는 사물들의 총체로 이해한다. 인간 역시 정신이나 사랑과 같은 추상적 본질을 가진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연관 속에 놓인 사회관계의 총체가 된다. 인간, 사회, 역사는 부단히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하고, 그 끝에서 자본주의는 반대되기보다 지양된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한 옹호나 반대에 머무를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철학을 이해해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처럼 철학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본 강연은 마르크스를, 마르크스처럼 철학하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어야 하고, 이성적인 것은 현실이 되어야 한다
본 강연은 엥겔스의 저작을 통해 역사 유물론의 형성과정을 따라가면서 마르크스 철학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둔다. 이 과정에서 혼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칸트, 헤겔 철학과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이 알기 쉽게 설명될 것이며, 마르크스 철학의 기본 전제들과 이에 대한 후대의 비판 및 수정 사항들에 대해서도 틈틈이 보완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변화를 추동하는 역사 법칙을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발전에서 찾았다. 이는 생산력의 성격, 생산관계의 지위,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관계, 과학적 분석과 당위적 실천의 양립, 역사 법칙의 존재 유무 등 무수한 논쟁거리들을 낳았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염두에 두면서 마르크스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고,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다.” 이미 완성된 현실을 옹호하는 말로 해석되었던 헤겔의 이 표현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이르러 현실의 변화를 촉구하는 말로 재해석되었다.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어야 하고, 이성적인 것은 현실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철학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을 여기에서 떼어보자.
박정하(철학자, 성균관대 교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칸트 역사철학에 있어서 진보의 문제」로 석사학위를, 「칸트의 인과이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에 논술 칼럼을 연재하고,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성균관 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및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한국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장, 한국사고와표현학회 회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