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이름에 칼을 넣은 문인
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 루쉰. 생전에 약 140여 개의 필명을 사용했던 그는 ‘알검생(戞劍生)’, ‘직(直)’, ‘직입(直入)’ 등, 공통적으로 칼(劍)의 이미지가 담긴 이름으로 스스로를 표현했다. 붓을 든 문인이 왜 자신의 이름에 칼을 새겨 넣었을까? 이는 중국 사유의 오랜 전통인 ‘문무겸전(文武兼全)’ 즉 ‘문(文)’과 ‘무(武)’의 대위법에 다름 아니다. 그는 붓을 든 문인이지만 유약한 지식 분자에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즉 사유와 실천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는 합일의 경지를 지향했던 것이다. 그런 루쉰을 일러 모택동은 “루쉰의 뼈는 가장 단단하며 그는 노예처럼 아첨을 떠는 태는 추호도 지니지 않았으니 이것이야말로 식민지와 반식민지 인민의 가장 고귀한 캐릭터인 것이다.” 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에피소드는 루쉰 특유의 현실에 뿌리박은 강한 실천적 사유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다.
직(直), 지식인의 사유와 실천
사유와 실천의 조화, 현실과 타협도, 침묵도 하지 않는 지식인의 원형, 동아시아 사유의 전통에서 이는 ‘직(直)’의 이미지로 형상화 되었다. 일찍이 공자는 “곧음을 좋아하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갑갑해진다.(好直不好學, 其蔽也絞)”고 했다. 즉, 타협하지 않는 강건한 기질을 유용한 것으로 갈고 닦는 과정이 곧 배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이태백의 시에서부터 사기, 수호전, 만해와 김수영의 시까지, 동아시아 사유의 전반에 흐르는 공통의 원형이다. 그리고 여기, 루쉰의 『광인일기』는 동아시아 사유의 직(直) 이미지를 궁극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허위에 대한 거부,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강건한 기질. 사유와 실천이 하나 되는 동아시아의 위대한 전통과 접속하는 시간. 루쉰의 강렬한 문학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유중하(연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루쉰 전기문학 연구」(1993)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2002년 동안 중국 청화대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중문학과 교수이자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푸른숲, 1999)가 있고, 저서로는 『이태백이가 술을 마시고야 시를 쓴 이유, 모르지?』(섬앤섬, 2018), 『화교 문화를 읽는 눈 짜장면』(한겨레출판사, 2012), 『살아 있는 김수영』(창비, 2005), 『영화로 읽는 중국』(공저, 웅진주니어, 2008) 등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