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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근현대철학지젝 초청 특강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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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중심주의적 이데올로기로서 생태주의는 허위다.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실재로서의 자연'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윤리적 임무다.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이데올로기

 

시작이 그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지젝은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으로 영어권 지식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던 그 시기에 그는 이데올로기의 바깥은 없다고 주장하며 ‘이데올로기의 종언의 종언’을 역설했다. 거꾸로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 그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이름이 ‘냉소주의’였다. 냉소주의는 더 이상 “그들은 자기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는 마르크스식의 허위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그것을 한다”는 역설로 규정된다. ‘계몽된 허위의식’이 갖는 역설이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행위와 일상에 구조화돼 있기에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도 더 많이 믿는다는 걸 지젝은 폭로했다.
 

이어서 지젝은 우리가 목도한 두 가지 유토피아의 종말을 정식화했다. 하나는 70여년을 버티던 ‘정치적 유토피아’로서의 현실 사회주의의 종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 10여년을 구가했던 ‘전지구적 자본주의’, 곧 자유민주주의 유토피아의 종말이다. 전자의 종언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베를린 장벽 붕괴였다면, 후자의 종언을 보여준 ‘실재적’ 사건이 2001년의 9ㆍ11이다. 이러한 종말 이후에, 새로운 갈등의 장벽들이 세워졌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자유민주주의의 최종적 승리는 유보적이다.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역사의 종말의 종말’이라고 해야 할까. 역사의 종말에 대한 주장이야말로 유토피아적 환상이라고 지젝은 꼬집었다.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시 정의하는 것


그리하여 다시 역사의 시대, 아직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멀리 남겨놓은 도정에서 우리는 무슨 일을 겪고 있는가. 9.11 테러와 뒤이은 이라크전쟁, 그리고 2008년에 들이닥친 세계경제 위기, 이 모든 것을 지젝은 헤겔 철학과 라캉 정신분석의 개념을 동원해 충실히 기록하고 해명하고자 했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라크>,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그리고 <폭력이란 무엇인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소개된 것만 간추려도 그렇다. 지젝은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대중적 환상 혹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신분석적 폭로를 통해서 우리의 현실이라는 좌표를 어떻게 변경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탐문한다.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시 정의하는 것”이라는 그 자신의 정의에 다시 한 번 충실하고자 한다. 덕분에 우리는 모든 문제를 다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왜 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가? 그것은 오늘날 지구의 종말을 상상하는 게 손쉬워진 만큼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변화는 점점 더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자본주의의 궁극적 귀결이 ‘1% 위한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면, 더불어 궁극적으론 파국적 종말을 뜻한다면, 그것은 지속될 수도 없고, 지속되어서도 안 되는 체제다. ‘분노하라!’와 ‘점령하라!’가 우리의 구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토피아는 가장 긴급한 요구의 문제다”라고 지젝은 말한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우리의 긴급한 요구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다시금 지젝의 사유에 눈길을 돌린다.


슬라보예 지젝, 그가 다시 우리에게 온다. 그의 지성이 우리의 머리는 냉철하게, 그리고 그의 열정이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 우리 또한 막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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