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영화론
들뢰즈는 영화에 관한 두 권의 중요한 책을 썼다. 그 한 권의 말미에서 들뢰즈는 텔레비전, 비디오 등에 의한 ‘전자기적 이미지’에 대해 ‘영화의 죽음’을 말하며 부정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물론 들뢰즈가 이 책을 쓴 시기(1985)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개화 이전이기에 시대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과 예술형식의 도래에 대해 이런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만족하는 것이 과연 들뢰즈적 사유의 전부일까?
새로운 기술과 예술형식
들뢰즈가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새롭게 시작해 보도록 하자.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예술 형식을 가져오고, 기존의 예술 형식은 이 새로운 예술형식에 의해 일반화될 것들을 애써 선취하려고 애쓰게 된다. 그리고 관객의 새로운 운동성은 기존 예술형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여기서 출발해,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어떤 새로운 예술형식을 가져왔고 관객의 새로운 운동성은 무엇으로 나타나는지, 들뢰즈의 사유를 확장하고 재전유할 수 있지 않을까.
네트워크-이미지
들뢰즈와 영상미학 연구자이자 대중문화의 애호가인 이지영 교수는 ‘네트워크-이미지’를 들뢰즈 이후의 들뢰즈적인 미학적 사유의 실마리로 삼는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의 도래를 통해서 발전한 예술형식으로, 각종 영상미학의 장르적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새로운 계열을 생산해낸다. 그리고 관객들은 능동적으로 생산과 감상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 이러한 새로운 예술형식에 어울리는 관객성을 드러낸다. 우리의 현재를 사유하는 미학적 사유를, 우리 역시 능동적으로 동참하여 함께 생각해 보는 강의.
이지영(철학자,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연구교수 )
불문학과 베르그손을 공부한 후「들뢰즈의 『시네마』에서 운동-이미지에 대한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영화 프레임에 대한 연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예술전문사(M.A.)를 취득하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영화미학으로 두 번째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들뢰즈의 영화 철학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디지털 영화, 영화의 윤리학 등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홍익대, 서울대, 옥스퍼드대학 등에서 영화와 철학을 주제로 강의했고, 현재는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철학이란 구체적인 것 속에서 더 빛이 나며, 예술처럼 감동과 치유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