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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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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장 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지식인은 '프레너미'(친구이자 적)로 잘 알려져 있다.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지만 1951년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 출간 이후 결렬했고, 1960년 카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본 강좌는 사르트르와 카뮈가 어떤 연유에서 우정을 나눌 수 있었고, 어떤 계기로 갈라서게 되었는지 탐구한다. 대타관, 공동체 이론, 폭력론, 문학관 등에서 드러나는 유사점과 차이점을 『구토』『존재와 무』(사르트르), 『시지프 신화』『이방인』『페스트』(카뮈) 등의 저서를 통해 살핌으로써, 그들의 '친구-적' 관계가 갖는 현대적 의미까지 고찰한다.
■ 강의특징
이 강좌는 두 사상가를 단순히 대립 구도로 배치하지 않고 유사성과 차이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강에서는 사르트르와 카뮈의 성장배경, 교류 과정, 결렬의 역사를 개괄한다. 카뮈에게 어머니가 중요했다면 사르트르에게는 아버지의 부재가 중요했다는 식의 구체적 비교가 흥미롭다.
2-3강은 '구토'와 '부조리' 개념을 집중 탐구한다. 두 개념은 닮았지만 다르다. 둘 다 일상을 파열시키는 체험이지만, 사르트르의 구토는 사물의 우연성과 대면하는 것이고 카뮈의 부조리는 나와 세계의 단절을 자각하는 것이다. 구토의 극복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부조리의 극복은 세계를 껴안으며 삶에 충실하는 것이다.
4-7강은 본격적인 사상 비교다. 타자론에서 사르트르는 "타자는 나의 지옥"이라 했지만 카뮈는 "타자는 나의 낙원이자 신"이라 한다. 공동체 형성에서 사르트르는 폭력을 인정하지만 카뮈는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것을 거부한다. 『무덤 없는 주검』과 『페스트』, 『톱니바퀴』와 『정의의 사람들』을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8강은 문학론을 다룬다.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앙가주망)과 카뮈의 승선론(앙바르크망)을 비교하며, 두 사람이 문학을 통해 추구한 것이 무엇인지 밝힌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차이를 변증법적으로 매개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 추천대상
실존주의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 사르트르와 카뮈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두 사상가를 개별적으로는 알지만 비교 관점에서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철학, 문학, 비교사상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권한다. 실존주의가 단일한 사조가 아니라 내부에 다양한 입장 차이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현대 정치철학, 공동체 이론, 폭력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이방인』이나 『구토』를 읽었지만 철학적 배경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 사르트르와 카뮈의 원전을 읽기 전에 전체적 조망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입문 강의다.
■ 수강팁
사르트르의 『구토』와 카뮈의 『이방인』『시지프 신화』를 미리 읽어두면 좋다. 세 작품 모두 분량이 적당하고 읽기 쉬워 부담 없다. 희곡 『무덤 없는 주검』『페스트』『정의의 사람들』까지 읽으면 금상첨화지만, 필수는 아니다.
강의가 8강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강이 2시간 내외로 길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하며 듣기를 권한다. 특히 4-7강의 철학적 논의가 복잡할 수 있으니 강의록을 참고하며 반복 수강하는 것도 좋다.
사르트르와 카뮈를 적대적으로만 보지 말고, 같은 시대를 살며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했지만 다른 답을 제시한 사상가들로 이해하려 노력하자. 강의 마지막에서 강조하듯, 그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것은 현대의 우리다.
■ 마치며
"우리를 서로 가깝게 만들어 준 것은 많았고,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얼마 안 되는 것도 여전히 지나치게 많은 모양입니다." 사르트르가 카뮈에게 보낸 서한의 한 대목이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20세기 중반을 살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들의 차이는 대립이 아니라 상호보완이 될 수 있다. 효율성과 도덕성, 혁명과 반항, 참여와 승선을 변증법적으로 매개할 때, 우리는 두 거장을 다시 화해시킬 수 있다. 8강의 여정을 통해 실존주의의 깊이와 너비를 만나보길 바란다.
변광배(불문학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서 「장 폴 사르트르의 극작품과 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문제」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사르트르 전문가로 『존재와 무』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 등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고, 주요 저서를 번역해 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대우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프랑스인문학연구모임 ‘시지프’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