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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식인들의 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조선은 책의 나라였다. 그만큼 책을 만드는 수준이나 보관하는 정성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책이 이 땅의 지식인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이 이 땅을 새롭게 만들리라는 희망에서 비롯되었다. 어릴 적부터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책이 권장되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읽어야 하는 책도 있었지만, 읽고 싶은 책도 있었고 읽는 것이 금지되었던 책도 있었다. 다양한 층위의 책들이 지식인들의 세계를 휘젓고 다니면서 자기만의 매력을 마구 발산했다. 책들은 사회의 빈 곳을 찾아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기도 했지만, 강고한 시대 이념을 가차 없이 깨부수어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젖히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책과 사람 그 사유의 발자취, 고전을 돌아본다
그 많던 허균의 책은 어디로 갔을까? 조선의 서당에서는 무슨 책을 읽었을까? 문인들의 문장 교과서는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대물림해주기 위해 책 한 권을 한땀 한땀 필사하며 느꼈을 지식의 귀함을 어찌 느낄 수 있을까. 문인들끼리 한시의 옥 같은 문장들을 주고받으며 느꼈을 그 사교의 깊은 맛을 어찌 알 수 있을까. 그 시절, 책이 이어주던 모든 것을 고전을 통해 따라가 보고자 한다.
또한, ‘책을 통해 천고의 성현을 벗 삼고, 천하의 잡놈과 어울려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던’ 조선의 지식인들. 그들의 스승 같은 벗이자, 벗 같은 스승이었던 고전을 살피며, 그들이 곳곳에 꽂아놓은 책갈피를 들추고, 주옥같은 문장들을 탐해보자.
김풍기(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다. 고려대학교에서「조선 전기 문학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랫동안 한시를 읽고 글을 써 왔으며,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여러 벗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안대회(명지대), 심경호(고려대), 정민(한양대) 교수 등 소장 연구자들과 함께 한국 한문학 연구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옛시에 관심이 많아 최근 수년간 중국 당나라 시인들의 사적지를 틈틈이 답사하고 있다. 책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유통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