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가장 시급하고 주요한 아젠다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정치지형은 보수와 진보로 나뉜 채 수십년이 지났지만, 보수도 진보도 그들의 아젠다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이 여전히 철지난 색깔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다. 가속주의는 이런 기존 정치지형에 있어서 진보 내지 좌파진영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존 좌파에 대한 비판과 동시대의 상황에 부응하는 새로운 아젠다의 발굴, 그리고 무엇보다 최첨단 기술-과학의 발달에 힙입은 변화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가속주의는 동시대 정치 지형에 신선한 자극이 된 바 있다. 그러나 가속주의에 관한 단편적인 소개 글과 몇몇 저자의 책이 번역된 것으로는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
가속주의는 단순무식한 “가속하라”는 구호에서 느껴지듯 폭넓고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의 부재가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국내에 번역 출간된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나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 등을 보면 이들이 동시대 정치경제 상황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예리한 진단을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강의는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일부를 발췌해서 함께 읽는다. 그러나 예를 들어 피셔의 글이나 서르닉의 글을 읽을 때에는 앞서 언급한 저서들을 함께 참조함으로써 이들의 논의가 추상적이고 무모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쉬운” 비판을 비껴가며 이들의 사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들을 찾아보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매 강의 중에, 그리고 특히 마지막 시간에 동시대에 주요 아젠다가 무엇인지, 동시대의 문제, 그중에서 특히 경제적 불균형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가속주의자들이 언급하고 있는 화폐, 지적 재산권, 기본소득 등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이를 통해 가속주의 사상의 실천적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지난 50여년 간의 인구통계 데이터를 기초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이승현(홍익대 미술사학과 외래교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금융업에 종사 이후 미술품 컬렉팅 및 전시기획 회사를 설립, 운영했으며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홍익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 홍익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에서 외래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2020년 덕수궁에서 “아트플랜트아시아” 행사의 총감독으로 《토끼방향 오브젝트》 전시와 관련 국제세미나를 기획한 것을 비롯해 여러 대형 전시들을 기획했으며 국제미술사학회(CIHA) 등 국내외 학회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