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만대루와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 이들이 오늘날의 건축 이론인 '구조 미학'을 적용한 대표적인 건축물이라는 것 아세요?"
"양동마을 관가정과 몬드리안 추상화가 닮았다는 것 아세요?"
외국에 나가보면 애국자 된다?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의 것은 잘 떠오지 않는다. 우선 서양 건축물의 장엄한 크기에 압도돼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것도 한 이유지만 좀처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덩치만 컸지 그 구조나 원리는 우리의 건축과 하등 다를 게 없다는 것, 혹은 우리 건축이 서양보다 더 먼저 그 이치를 깨달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 건축물 사이의 핵을 짚는다.
한국 전통 건축과 서양 건축은 대립적인 건축 양식인가? 이에 임석재 교수는 두 건축 사이에 공통 가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 전통 건축의 특징을 서양 건축과 비교, 건축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 이 강의의 목적이다.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객관적이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정이 갖는 물리적 크기는 서양의 환경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 환경과 심리의 관계, 공간의 안락함을 느끼는 조건을 연구하는 학문)이 제시한 사람들이 정신적, 생리적으로 안락함을 느끼는 수치와 일치한다.
우리 조상들은 서양의 환경심리학처럼 과학적, 개량적, 양태적 접근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체험적으로 얻은 지혜로 <아늑한 공간>을 파악했다. 중정의 아늑한 공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결국 휴먼 스케일 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었다. - 임석재 8강 강의 노트 중
여기가 대체 어디?
임석재 선생이 직접 10여 년 동안 현장 답사를 통해 찍은 300여 장의 우리 옛 건축 사진과 함께 공부하니, 강의 내용이 쏙쏙! 실제 답사를 온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생생한 강의를 들어보자.
임석재 선생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소수서원을 잘 들여다보면 몇십 년 후에 서양의 새로운 가치관이라고 호들갑 떨며 받아들일 것이 다 들어 있다"고. 서양의 건축물을 감탄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 옛 건축을 직접 답사하고 즐겨보라고 권하는 임석재 선생의 말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임석재(건축가, 이화여대 교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 건축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펜실베이니아 대학 건축학과 대학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4년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신설, 1호 교수로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 최고의 건축사학자인 그의 전공분야는 20세기 서양 근현대 건축사 및 이론, 서양 건축사, 건축설계, 의장론 등으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총 36여 권에 달하는 건축관련 저서를 시리즈로 출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