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들뢰즈는 위대한 영화 작가들이 “결국 ‘영화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자문하게 되는 한 시간 혹은 반 시간이 언제나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위대한 문학작가와 그들이 낳은 작품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시간 또는 반 시간을 '문학의 철학-되기'의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면, 역으로 철학이 그 순간을 포착하여 자신의 개념적 실천의 요소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철학의 문학-되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개의 만남, 새로운 연결
그럼에도 이 강좌는 철학적인 문학 작품을 읽는 것도 아니고 문학 작품 속에서 철학적 주제나 교훈을 읽어내는 것도 아니다. 한 손에는 문학을, 다른 한 손엔 철학을 든 우리 자신의 읽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철학의 문학되기, 문학의 철학되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읽기라는 사건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안에서 서로 다른 것들이 꼴라쥬되고 마주치고 연결된다. 무한히 많은 조합의 가능성 중에서 여섯 개의 사건이 우연히 여기 일어났을 뿐이다.
질문하기로서의 읽기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섯 명의 강사는 각자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텍스트와 주제, 그리고 철학자를 들고 우리와 만난다. 그들이 나누려는 주제는 차라리 질문일 것이다. 이 기술적 대상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근심하는가(오드라덱), 영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영원회귀),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알 수 있는가(나는 무엇을 아는가), 여성은 어떻게 주체가 될 수 있는가(메데이아), 죽음을 생각하는 삶은 무엇이 다른가(세인의 삶) 등. 우리가 함께 읽기에 동참하는 것은 이 질문을 나누고 음미하는 것이다. 이 질문하기를 통해 우리 역시 독자-작가되기를 연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강의는 결국 우리의 읽기로 완성되는 것이므로.
오영진 (한양대학교 에리카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국문과에서 현대시, 그 중에서도 김수영에 집중해 공부했다. 문학과 문화를 오고가며 강의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언어와 신체,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신체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이자 수유너머 파랑연구원. 그리고 문화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썼고, 「거울신경세포와 서정의 원리」, 「김수영과 월트 휘트먼 비교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