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19세기 독일의 철학자로 칸트의 비판철학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의지의 형이상학을 발전시켰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괴팅겐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했다. 헤겔의 관념론적 낙관주의에 반기를 들며 그와 같은 시간에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했으나 학생들의 외면으로 학문적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는 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말년에 이르러 그의 사상이 재평가되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동양 사상 특히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서양 철학에 동양적 사유를 접목시킨 선구자이기도 하다.
의지와 고통의 철학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은 세계의 본질을 '의지'(Wille)로 규정한 점이다. 그에게 있어 의지는 칸트의 물자체(Ding an sich)에 해당하는 것으로 모든 표상(Vorstellung)의 근저에 놓인 맹목적 생명력이다. 이 의지는 끊임없이 욕구하며 결코 완전한 만족에 이를 수 없기에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다. 『충족이유율의 네 가지 뿌리에 관하여』(Über die vierfache Wurzel des Satzes vom zureichenden Grunde)에서 인과성의 복합적 구조를 분석했으며 『도덕의 두 가지 근본문제』(Die beiden Grundprobleme der Ethik)에서는 도덕의 기초를 동정(Mitleid)에서 찾았다. 그는 예술 특히 음악을 통해 의지의 고통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으며 금욕과 자기부정을 통해 의지의 고통에서 궁극적으로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 사상에 미친 영향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 프로이트 융 비트겐슈타인 등 후대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니체는 초기에 쇼펜하우어에 심취했으며 그의 의지 개념을 '힘에의 의지'로 발전시켰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과 정신분석학은 쇼펜하우어의 의지 개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융의 집단무의식 개념 역시 그의 영향 아래 형성되었다. 『의견과 잠언』(Parerga und Paralipomena)에 담긴 그의 날카로운 경구와 처세술은 현대인의 삶의 지혜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와 허무주의적 세계관은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가 되었으며 그의 미학 이론은 바그너와 토마스 만 등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철학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고통과 그 극복 방안에 대한 통찰력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