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의 철학 -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자기착취의 메커니즘 월요일 아침, 알람을 끄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하루의 '할 일 목록'과 마주한다. 출근 전 운동, 업무 미팅, 자기계발 강의, SNS 관리까지.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지만, 이상하게도 '충분히 했다'는 느낌보다는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남는다. 이것이 바로 현대인이 C 칼럼
수의 노래 - 피타고라스, 대장간에서 우주를 듣다 새벽녘, 피타고라스는 다시 그 꿈을 꾸었다. 수많은 숫자들이 공중에 떠다니며 춤을 추는 꿈. 1과 2가 만나 3을 낳고, 정사각형과 정삼각형이 서로 얽히며 기묘한 문양을 만들어내는 꿈. 그는 평생 이 수의 비밀을 풀기 위해 살아왔다. 이집트에서 20년, 바빌론에서 12년을 보내며 수학과 기하학을 배웠고, 이제 크로톤에 정 F 소설
프랑스인의 우아한 삶의 기술 - 'savoir-vivre'의 어원과 문화적 의미 언어는 문화의 거울이다 - 프랑스어 'savoir-vivre'는 단순히 두 개의 단어가 결합된 표현이 아니다. 'savoir'(알다)와 'vivre'(살다)가 만나 탄생한 이 개념은 프랑스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언어적 보석이다. 영어로 번역하려 시도해보면 'kn L 언어고고(言語考古)
당신도 호모 사케르가 될 수 있다: 법의 경계선에 선 벌거벗은 생명들 게토 앞에 선 철학자 - 2005년 베네치아. 좁은 운하를 따라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16세기에 만들어진 유대인 게토에 도달한다. '게토(ghetto)'라는 단어가 바로 이곳 베네치아에서 시작되었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 1942~)은 베네치아 건축대학(IUAV) 교 F 소설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당신의 미래는 이미 저당 잡혔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빚진 존재로 만드는가 - 마우리치오 라자라토(Maurizio Lazzarato, 1955~ )의 『빚진 인간』(L'homme endetté, 2011)은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부채'라는 렌즈로 해부한 문제작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 C 칼럼
서구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동양 - 사이드가 해체한 서구 중심주의의 신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1935-2003)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1978년 출간된 이후 탈식민주의 이론의 출발점이 된 기념비적 작품이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문학 비평가이자 지식인인 사이드는 이 책을 통해 서구가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어떻게 권력관계와 연결되 M 명저읽기
순수한 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증여 뒤에 숨은 되갚음의 기대 마르셀 모스(Marcel Mauss, 1872-1950)의 『증여론』(Essai sur le don, 1925)은 20세기 인류학의 고전 중 하나로,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교환 원리를 파헤친 작품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인간 문명의 기초를 이루는 사회적 유대와 권력 관계의 메커니 M 명저읽기
중세 스콜라 철학의 정점에서 침묵을 선택한 이유 1273년 12월 6일, 나폴리의 산 도메니코 수도원. 이른 새벽 미사를 마친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촛불이 흔들리며 책상 위의 양피지들을 희미하게 비췄다. 『신학대전』의 마지막 부분, 그가 평생을 바쳐 완성하려던 대작이 그 앞에 놓여 있었다. 토마스는 깃털 펜을 들었다. 그리고는 멈췄다. F 소설
노동계급을 넘어선 '다중' - 프리랜서, 이주노동자, 실업자가 혁명의 주체가 되는 시대 1999년 겨울, 파두아 외곽의 작은 아파트. 안토니오 네그리는 창밖으로 눈 덮인 알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순여섯의 나이, 칠십 년대 '붉은 여단' 사건으로 십사 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프랑스 망명 생활을 거쳐 자진 귀국해 다시 복역한 그는 이제 막 석방되어 가택연금 상태였다. 발목에는 전자 팔찌가 채 F 소설
반 고흐의 구두는 무엇을 말하는가- 예술, 존재의 진리를 열어 밝히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예술 작품의 근원』(Der Ursprung des Kunstwerkes)은 1935년부터 1936년 사이에 행한 강연을 토대로 1950년 『숲길』(Holzwege)에 수록된 논문이다. 이 글은 단순히 예술론을 넘어 하이데거 존재론의 핵심을 드러내는 중 M 명저읽기
기술이 몸과 마음을 재설계하는 시대, - 우리는 여전히 '나'일 수 있는가 우리는 지금 인간 존재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 크리스퍼는 질병 치료를 넘어 인간 능력의 향상을 가능하게 했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세계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학습하며 때로는 우리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린다. 이런 변화 속에서 C 칼럼
지하드(Jihad)의 본래 의미- 서구가 오해한 이슬람의 지하드 개념 아랍어 어원과 본래 의미 - 지하드(جهاد, jihad)는 아랍어 동사 '자하다(جَهَدَ, jahada)'에서 파생된 명사로, '노력하다', '애쓰다', L 언어고고(言語考古)
"이 꽃은 아름답다"는 주관적 느낌일까, 보편적 진실일까? - 칸트가 풀어낸 미의 역설 근대 미학의 기초를 세운 칸트의 『판단력비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1790년 『판단력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을 출간하며 자신의 비판철학 체계를 완성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인식의 문제를, 『실천이성비판』에서 도덕의 문제를 다룬 칸트는 이 세 M 명저읽기
이미지의 존재론과 현대 시각문화의 철학적 성찰 장 뤽 낭시(Jean-Luc Nancy, 1940-2021)는 현대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저서 『이미지들의 바닥에서』(Au fond des images, 2003)는 이미지의 존재론적 지위와 현대 시각문화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작품이다. 이 책은 이미지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 M 명저읽기
문학상과 문화적 정당성의 생산 - 누가 '좋은 문학'을 정의하는가 매년 10월이 되면 노벨문학상 발표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그의 작품은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언론은 앞다투어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국내 문학상도 마찬가지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의 수상작은 '주목해야 할 작품'으로 자동 분류되며, 수상 C 칼럼
열정페이라는 기만 - 아렌트의 노동 개념으로 본 노동의 의미 상실 "열정이 있으면 돈은 따라온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오히려 그 열정이 착취의 도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젊은 세대에게 '열정페이'라는 단어는 이제 냉소와 분노의 대상이다. 그들은 묻는다. 왜 우리의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가? 왜 우리의 열정은 착취당해야 하는가? C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