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세르는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프랑스의 철학자이다. 그는 1930년 프랑스 남서부 아젠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으며, 이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근무했다. 그러나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1968년에는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파리의 소르본 대학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서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켰다.
학문적 경계를 넘는 지식의 여행자
세르의 가장 큰 특징은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무는 지식의 '통로'(passage)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는 철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수학, 물리학, 생물학, 정보과학 등 자연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인문학적 사유와 결합시키는 독특한 작업을 펼쳤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헤르메스 시리즈』(Hermès), 『기생자』(Le Parasite), 『북서항로』(Le Passage du Nord-Ouest), 『자연계약』(Le Contrat naturel) 등이 있다. 특히 그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헤르메스'(Hermès)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전령사 역할을 했던 신의 이름으로, 세르는 이를 통해 지식의 전달자, 매개자로서의 철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통찰력 있는 관찰자
세르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현대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의 후기 저작 『엄지 공주』(Petite Poucette)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를 '엄지 공주'라 명명하며, 이들이 가져올 지식과 교육의 혁명적 변화에 주목했다. 또한 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모델인 '자연계약'(contrat naturel)을 제안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철학적 대응을 모색했다. 이러한 그의 생태학적 사유는 오늘날 환경 철학과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