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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고통스러운 이야기에 매혹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극장에서 시작된다.

아테네 시민들은 매년 디오니시아 축제 때마다 극장에 모여 비극을 관람했다. 왕이 몰락하고, 영웅이 파멸하고, 가족이 비극적 운명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비극 관람은 인간 존재의 근본 조건을 성찰하는 철학적 행위였다.

그리스 비극은 서구 문명의 DNA에 각인된 사유의 원형이다. 오이디푸스의 운명적 진실 추구, 안티고네의 양심과 법률 사이의 갈등, 메데아의 복수와 모성애의 충돌. 이런 서사들은 현대인의 일상에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직장에서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 가족 관계의 복잡성,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의무 사이의 긴장이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카타르시스'를 통해 관객의 영혼을 정화한다고 했다. 니체는 비극 정신에서 삶을 긍정하는 의지를 발견했다. 야스퍼스는 비극적 상황에서 진정한 실존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이처럼 비극은 단순한 문학 장르를 넘어 철학과 심리학, 예술론의 핵심 주제로 자리잡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스 비극은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술 발전으로 삶의 조건은 바뀌었지만, 인간의 본질적 문제들—사랑과 증오, 정의와 복수, 개인과 공동체—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극이 그려내는 인간상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