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이 오늘의 날씨와 출근 경로를 알려준다. 출근길에는 음악 앱이 취향에 맞는 곡을 자동으로 재생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배달 앱이 평소 선호하는 메뉴를 추천한다. 퇴근 후에는 넷플릭스가 시청 패턴을 분석해 다음 에피소드를 자동 재생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선택의 수고를 덜고, 시간을 절약하며, 편리함을 누린다. 자동화는 분명 우리에게 무언가를 해방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자동화 시스템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통제당하고 있는가.
노동에서의 해방, 그리고 그 이후
자동화가 처음 인류에게 약속한 것은 고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는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고, 컴퓨터는 반복적인 정신노동을 덜어주었다.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은 더 복잡한 업무까지 수행한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창조적 활동과 여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동화된 시스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자동화로 일부 노동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했다. 24시간 연결된 스마트폰은 업무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실시간 메시지는 즉각적인 응답을 요구한다. 배달 라이더는 알고리즘이 정한 경로를 따라야 하고, 프리랜서는 플랫폼의 평가 시스템에 자신의 노동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자동화는 노동을 없앤 것이 아니라 재배치했고, 어떤 면에서는 더 세밀하게 관리하고 측정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유 시간이 늘어났다기보다는, 노동의 형태가 변했을 뿐이다.
선택의 자유인가, 선택의 환상인가
자동화 시스템의 가장 교묘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 선택지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어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수천 개의 영상 중에서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준다. SNS 피드는 '관심사에 맞는' 게시물만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몰은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모두 개인화되고, 최적화되고, 효율적이다.
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는 1964년 『일차원적 인간』에서 현대 산업사회가 풍요를 제공하면서도 실제로는 부자유를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그가 말한 기술적 합리성은 효율과 생산성을 앞세워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오늘날 자동화 알고리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시스템은 우리의 과거 행동 패턴을 분석해 미래의 선택지를 좁힌다. 우리는 무한한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너무나 편리하고 효율적이어서, 우리가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도 앱이 알려주는 경로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보여주지 않는 콘텐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자동화는 우리에게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스스로 탐색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를 빼앗아간다.
보이지 않는 통제의 확장
자동화가 확장하는 통제는 과거의 억압적 방식과는 다르다. 강제나 폭력이 아니라 편리함과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기꺼이 추천 시스템을 따르며, 자동화된 서비스에 만족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실제로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이 필요하다. 누가 이 시스템을 설계하는가. 어떤 가치와 목적이 알고리즘에 내재되어 있는가. 자동화 시스템은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 추구, 광고주의 관심 유도, 특정한 소비 패턴의 강화 등 다양한 의도가 시스템 안에 녹아 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이미 누군가가 설정한 게임의 규칙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는 우리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패턴이 분석되고, 성향이 분류되고, 미래의 행동이 예측된다. 이는 마케팅과 서비스 최적화에 활용되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예측한 대로 행동하게 되고, 그 예측은 다시 시스템을 강화한다.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의 움직임에 불과한 것이다.
진짜 자유를 되찾으려면
그렇다면 자동화 시대에 진정한 자유는 불가능한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편리함을 누리되, 그것이 우리의 선택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추천 알고리즘이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포기한 자율성의 대가는 무엇인가.
자유는 단순히 선택지의 많음이 아니라, 선택의 조건과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온다. 자동화 시스템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않을 수 있다. 때로는 비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하고, 추천받지 않은 콘텐츠를 찾아보고, 알고리즘의 예측을 벗어난 행동을 시도해보는 것. 그런 작은 일탈과 실험이 우리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
자동화는 인간의 자유를 확장할 수도, 축소할 수도 있다. 결정적인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기술과 맺는 관계다. 편리함에 안주하지 않고, 통제의 메커니즘을 의식하며,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할 때, 비로소 자동화 시대에도 자유는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