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 되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들이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멜론, 쿠팡 와우 멤버십. 어느새 한국인은 평균 4.8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며 매달 4만원에서 6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구독료 인상 소식에 분노하면서도 해지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구독경제는 단순한 소비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포획하는 새로운 통치 방식이다.
소유 없는 삶의 환상
구독경제는 '소유'에서 '접근'으로의 전환을 약속한다. 정수기를 사지 않아도 매달 적은 돈으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영화 한 편 값으로 수천 편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소유의 부담에서 해방되어 가볍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이 가벼움의 이면에는 더 깊은 종속이 숨어 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1990년 규율사회에서 통제사회로의 전환을 예견했다. 통제사회에서는 감옥의 벽이나 감시자 없이도 경쟁과 성과급이라는 논리가 가스처럼 스며들어 우리를 지배한다. 구독경제는 바로 이 통제사회의 완벽한 실현 형태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에 접속해 있고, 그 접속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용을 지불한다.
자동결제라는 부드러운 감옥
구독경제의 핵심 장치는 자동결제다. 한 번 등록하면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이 시스템은 편리함을 가장한 통제 기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56%가 무료 체험 후 유료 전환을 경험했고, 그 중 49%는 사전 안내가 불충분했다고 응답했다. 해지를 원해도 복잡한 절차와 다크패턴이 우리를 붙잡는다. 미셸 푸코가 분석한 신자유주의 통치성은 개인을 인간자본으로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모든 행위를 자본으로 여기며 이를 가능한 한 높은 값에 오래 파는 기업가적 주체가 된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의 모습이 정확히 그렇다. 해지는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이미 투자한 시간과 익숙해진 편리함을 포기하는 손실로 느껴진다. 우리는 스스로 계산하고 관리하며 구독료를 지불하는 주체가 되었다.
통제의 완성, 스스로 관리하는 소비자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구독도, 멜론 이용도, 쿠팡 와우 가입도 모두 우리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푸코가 말했듯 신자유주의 통치는 강제가 아니라 행위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미 구조화된 선택지 안에서 움직일 뿐이다. 구독 서비스들은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며 해지를 고민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더 나은 콘텐츠, 더 빠른 배송, 더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주체화의 완성된 형태다. 외부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를 관리하고 최적화하며 소비하는 주체.
구독 피로를 넘어서
문제는 이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소비자의 72%가 구독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구독료 인상과 늘어나는 서비스 수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이 구독료로 고정 지출되면서 진짜 필요한 것을 위한 여유는 사라진다. 들뢰즈는 통제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저항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독경제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관리하고 최적화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명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진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자동화된 소비에서 의식적인 선택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구독경제가 완성한 통제사회에서 우리가 되찾아야 할 자유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