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와 주장들 속에서 살아간다. SNS를 스크롤하다 보면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동시에 올라오고, 뉴스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이런 혼란 속에서 "과연 진리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논리학의 가장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진리는 진리에 반대되지 않는다"는 명제는 이런 혼돈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논리적 질서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모순율, 생각의 기초
이 원리는 전통 논리학에서 '무모순율(無矛盾律)'이라고 불린다. 간단히 말하면, 어떤 명제가 참이라면 그것과 모순되는 명제는 동시에 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비가 온다"가 참이라면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는 동시에 참일 수 없다. 이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논리적 사고의 토대가 되는 근본 원리이다.
일상에서 이 원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친구가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나는 지금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이거나, 아니면 친구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혹은 다른 의미로 사용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주의와의 긴장
현대에 들어와서는 "절대적 진리가 있는가?"라는 회의적 시각이 강해졌다. 특히 포스트모던 철학은 모든 진리가 상대적이며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문화에서는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다른 문화에서는 그르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모순율은 이런 상대주의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설령 진리가 상대적이라고 해도, 특정한 맥락과 기준 내에서는 모순된 명제들이 동시에 참일 수는 없다. 한국 문화에서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가 참이라면, 같은 맥락에서 "어른을 공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동시에 참일 수 없다.
일상 대화에서의 적용
이 원리는 우리의 일상 대화와 토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와 논쟁을 할 때 상대방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면, 우리는 "당신 말이 모순이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바로 무모순율에 근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나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서민에게 불리한 정책을 지지한다면, 우리는 그의 말과 행동이 모순된다고 느낀다. 물론 현실은 복잡하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논리적 차원에서는 모순된 주장이 동시에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전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현재,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참인지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가짜 뉴스, 딥페이크, 편향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진리는 진리에 반대되지 않는다"는 원리는 더욱 소중해진다.
서로 다른 뉴스 소스에서 같은 사건에 대해 정반대의 보도를 할 때, 우리는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둘 다 완전히 참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이는 비판적 사고의 출발점이 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관점의 차이, 강조점의 차이, 맥락의 차이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사실 주장들이 동시에 참일 수는 없다.
결국 "진리는 진리에 반대되지 않는다"는 단순해 보이는 이 원리는 우리의 사고와 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상대주의와 회의주의가 팽배한 시대에도, 적어도 논리적 일관성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진리 추구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