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Karma)'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어 'कर्म(karma)'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의 어근은 'कृ(kṛ)'로, '행하다', '만들다', '실행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man' 접미사가 붙으면 행위의 결과나 산물을 의미하고, '-a' 접미사가 붙으면 행위 자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카르마의 원래 의미는 단순히 '행위' 또는 '행동'이었다.
『베다』와 『우파니샤드』 같은 고대 인도 경전에서 카르마는 제의적 행위, 특히 화제(火祭)를 지내는 행위를 지칭했다. 이는 현재 서구에서 통용되는 '운명적 보응'이나 '인과응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초기 베다 문헌에서 카르마는 신들에게 바치는 제사 행위 그 자체였으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여겨졌다.
불교와 힌두교에서의 의미 확장
기원전 6세기경 불교가 등장하면서 카르마 개념은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붓다는 카르마를 단순한 행위에서 '의도가 담긴 행위'로 재정의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붓다는 "비구들이여, 의도(cetanā)를 나는 카르마라고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외적 행위보다 내적 의도를 중시하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동시에 힌두교 전통에서도 카르마 개념이 발전했다. 『마누 법전』과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카르마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사카마 카르마(욕망이 있는 행위), 니시카마 카르마(욕망이 없는 행위), 아카르마(무행위)가 그것이다. 특히 『바가바드 기타』에서 크리슈나가 아르주나에게 설파한 "행위는 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카르마 요가의 핵심이 되었다.
서구 언어로의 번역과 의미 변화
19세기 서구의 동양학자들이 카르마를 번역하면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막스 뮐러(Max Müller)는 1879년 『The Sacred Books of the East』에서 카르마를 'action'과 'work'로 번역했다. 그러나 동시에 '운명'이나 '숙명'의 뉘앙스도 함께 전달하려 했다.
영어 'karma'가 일반 어휘로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다. 1960년대 히피 문화와 뉴에이지 운동을 거치면서 카르마는 원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났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는 영어 표현과 결합되면서, 카르마는 '즉각적 보응'이나 '인과응보'의 의미로 축소되었다.
프랑스어에서는 'karma'가 그대로 차용되었지만, 독일어에서는 'Karma'와 함께 'Schicksal'(운명)이라는 번역어가 병용된다. 이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같은 독일 철학자들이 인도 철학을 수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현대적 오용과 본래 의미의 차이
현재 서구에서 통용되는 카르마는 대부분 잘못된 이해에 기반한다. "카르마가 돌아온다"거나 "나쁜 카르마"라는 표현은 카르마를 일종의 도덕적 회계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마치 은행 잔고처럼 선행과 악행이 누적되어 언젠가 정산된다는 식의 사고다.
그러나 『요가 수트라』에서 파탄잘리가 설명한 카르마는 훨씬 복잡한 개념이다. 카르마는 단순한 행위-결과의 연쇄가 아니라, 의식의 습관적 패턴(vāsanā)과 잠재적 인상(saṃskāra)이 만들어내는 복합적 과정이다. 현재의 행동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가 하나의 의식 연속체 안에서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카르마가 '업(業)'으로 번역되었는데, 이 한자 역시 '일', '작업'이라는 의미다. 중국 불교에서 사용된 '업보(業報)' 개념이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어 '업보'도 마찬가지로 행위와 그 결과를 함께 포괄하는 개념이다.
언어 변화가 보여주는 문화적 수용 과정
카르마라는 단어의 변화 과정은 문화 간 개념 이동의 전형적 사례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출발한 이 단어는 각 문화권의 기존 세계관과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만나면서 카르마는 개인의 도덕적 선택과 그에 따른 보상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변화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집단주의적 가치관과 결합하면서 가족이나 조상의 업보가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으로 발전했다. 이는 원래 불교나 힌두교의 카르마 개념과는 다른 방향의 변화였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카르마를 '자기실현적 예언'이나 '인지편향'의 한 형태로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믿음이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카르마의 신비주의적 측면을 제거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지만, 동시에 원래 의미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카르마라는 하나의 단어가 보여주는 의미 변화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님을 증명한다. 언어는 문화의 렌즈이며, 같은 단어라도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담게 된다. 카르마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의 어원뿐만 아니라, 그것이 태어난 철학적 토양과 변화해온 문화적 여정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