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는 19세기 말 서구 정신사에 가장 강력한 충격을 가한 철학적 선언서다. 1883년부터 1885년까지 4부에 걸쳐 발표된 이 작품은 철학서라기보다는 시적 산문에 가까운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차라투스트라의 하산과 신의 죽음
작품은 산속에서 10년간 은거했던 차라투스트라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첫 번째 만난 성자에게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신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가치와 의미의 근거였던 모든 초월적 권위의 붕괴를 뜻한다. 현대인들이 스마트폰 없이는 불안해하는 것처럼, 당시 사람들은 신 없이는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니체는 바로 이런 의존성 자체를 문제로 본 것이다.
위버멘쉬와 가치의 재평가
차라투스트라가 제시하는 해답이 바로 위버멘쉬(Übermensch)다. 흔히 '초인'으로 번역되지만, 이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형을 의미한다. 위버멘쉬는 남이 정해준 가치에 따라 살지 않고,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다. 마치 예술가가 빈 캔버스에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내듯, 위버멘쉬는 삶이라는 캔버스에 자신만의 의미를 창조해낸다.
니체는 기존의 기독교적 도덕을 '노예 도덕'이라고 비판했다. 약자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도덕이라는 것이다. 반면 '주인 도덕'은 강자들이 자신의 힘과 생명력을 긍정하는 도덕이다. 현대로 치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안전한 길만 택하는 삶과 자신의 열정을 따라 위험을 감수하는 삶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원회귀와 운명애
니체가 제시하는 또 다른 핵심 개념이 영원회귀(Ewige Wiederkunft)다. 똑같은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그 삶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이는 단순한 윤회 사상이 아니라, 현재 이 순간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를 묻는 실존적 질문이다.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한 삶이라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 지옥이겠지만,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산 삶이라면 영원회귀도 축복이 될 수 있다.
운명애(Amor fati)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 심지어 고통과 시련까지도 사랑하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힘든 일을 피하려고만 하는 것과 달리, 니체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성장과 창조의 재료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현대적 의미와 한계
니체의 사상은 20세기 실존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르트르의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도 니체의 가치 창조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강조되는 것도 니체 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니체의 사상은 위험성도 내포한다. 나치가 니체의 위버멘쉬 개념을 왜곡해 우생학적 사상으로 이용한 것이 대표적 예다. 니체 자신은 반유대주의를 혐오했고, 개별 인간의 정신적 성장을 말했던 것이지 인종적 우월성을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는 니체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SNS에서 남들과 비교하며 위축되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평가하는 것. 안정만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 실패와 좌절을 원망하기보다는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 이런 태도들이 바로 현대적 위버멘쉬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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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용문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채로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
(Gott ist tot! Gott bleibt tot! Und wir haben ihn getötet!)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Der Mensch ist etwas, das überwunden werden soll.)
"네가 별들을 향해 올려다보고 있을 때, 별들도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나는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Ich lehre euch den Übermenschen. Der Mensch ist etwas, das überwunden werden s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