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의 『시학』(Poetika)은 서양 예술론의 출발점이자 문학 이론의 근본 텍스트다. 이 작품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 특히 비극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정화시키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예술의 본질은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의 본질을 '미메시스'(mimesis), 즉 모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복사가 아니다. 화가가 사과를 그릴 때 실제 사과를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과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처럼, 예술가는 현실을 모방하되 그 안에서 보편적 진리를 드러낸다.
시인과 역사가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역사가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하지만, 시인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창조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가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라고 했다.
비극의 6요소와 구조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플롯(mythos), 성격(ethos), 사상(dianoia), 언어(lexis), 선율(melos), 장경(opsis)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플롯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좋은 비극의 플롯은 "시작, 중간, 끝"의 완결성을 가져야 하며, 적절한 규모를 지녀야 한다. 너무 작으면 한눈에 들어와 감동이 없고, 너무 크면 전체를 파악할 수 없어 통일성이 깨진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90분에서 120분 사이일 때 가장 몰입도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카타르시스 - 감정의 정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가장 혁신적인 개념이 바로 '카타르시스'(katharsis)다. 비극을 관람함으로써 관객은 공포(phobos)와 연민(eleos)의 감정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영혼의 정화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는 스승 플라톤이 예술을 "모방의 모방"이라며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예술이 인간을 현실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고 봤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예술이 인간의 감정을 건전하게 해소시킨다고 주장했다.
현대로 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후 마음이 후련해지는 경험, 또는 스릴러 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과 유사하다.
이상적인 비극 주인공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 주인공의 조건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주인공은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은 중간적 인물이어야 한다. 너무 선한 인물의 몰락은 관객에게 혐오감을 주고, 너무 악한 인물의 몰락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져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의 몰락은 악덕 때문이 아니라 '하마르티아'(hamartia), 즉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 때문이어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이아고의 간계에 속아 데스데모나를 죽이는 것, 혹은 오이디푸스가 모르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간과 공간의 통일성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루려고 노력한다고 관찰했다. 후대에 이는 "삼일치법"으로 발전했는데, 시간의 통일성(24시간), 장소의 통일성(한 곳), 행동의 통일성(하나의 플롯)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이를 엄격한 규칙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당시 비극의 특징을 분석한 것이었다. 하지만 17-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는 이것이 절대 원칙으로 여겨져 창작의 족쇄가 되기도 했다.
현대적 의미와 영향
『시학』의 영향력은 문학을 넘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모든 서사 예술에 미치고 있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법서의 기본이 되는 "기승전결" 구조나 "영웅의 여정" 패턴도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롯 이론에서 출발한다.
특히 카타르시스 개념은 예술치료학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음악치료나 미술치료에서 환자가 창작 활동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고 정신적 안정을 찾는 과정이 바로 카타르시스의 현대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2300년 전에 이미 예술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건강한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간파했다. 오늘날 우리가 넷플릭스 드라마에 몰입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얻는 것도 결국 그가 말한 예술의 정화 기능을 경험하는 것이다.
주요인용문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더 진지한 것이다. 시는 오히려 보편적인 것을 말하지만, 역사는 개별적인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비극은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의 모방을 통해서, 바로 이런 감정들의 카타르시스를 성취하는 것이다."
"완전한 전체란 시작과 중간과 끝을 가진 것이다."
"예술은 자연을 모방한다."
"플롯은 비극의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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