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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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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사르트르는 단순한 철학자가 아니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 그리고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그는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명제로 현대인의 자유와 책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 강의는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를 중심으로, 그의 철학적 사유가 어떻게 문학작품에 구현되었는지 살펴본다.
실존주의란 무엇인가? 19세기 키에르케고르로부터 니체, 후설, 하이데거로 이어진 이 사상의 흐름은 사변적 형이상학과 실증주의를 비판하며 '고독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했다. 사르트르는 이 계보를 잇는 동시에, 신의 부재를 전제한 세계에서 인간의 자유와 책임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철학자다. 우연히 이 세계에 내던져진 인간은 매 순간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만들어간다.
본 강의는 사르트르의 주요 저서 『존재와 무』를 비롯해 소설 『구토』, 그의 참여문학론, 폭력론, 증여론까지 폭넓게 다룬다. 또한 20세기 후반 인문학의 핵심 쟁점인 '주체' 문제를 실존주의와 구조주의의 비교를 통해 심도 깊게 탐구한다.
■ 강의특징
첫째,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조망한다. 사르트르는 철학 논문만이 아니라 소설과 희곡을 통해서도 자신의 사상을 표현했다. 이 강의는 『구토』라는 소설 텍스트를 분석하며 '구토의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이 없는 세계에서 구원은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딱딱한 철학 개념이 문학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실존주의의 계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파스칼, 키에르케고르, 야스퍼스로 이어지는 실존철학의 흐름을 먼저 짚어준 뒤,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가 어떤 지점에서 차별화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르트르 사상의 독창성과 위치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사회참여와 실천의 문제를 다룬다. 사르트르는 '앙가주망(engagement)', 즉 자발적인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알제리 전쟁 반대, 노벨문학상 거부 등 그의 실천적 행보는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철학적 신념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강의는 그의 참여문학론과 폭력론을 통해 이론과 실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넷째, 실존주의와 구조주의를 비교 분석한다. 20세기 후반 구조주의의 등장으로 실존주의적 주체 개념은 도전받았다. 강의는 이 두 사조의 대립을 통해 '주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현대 인문학의 핵심 쟁점을 조망한다.
■ 추천대상
실존주의에 관심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사르트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강의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구토』나 『존재와 무』를 읽었지만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강의는 작품을 꼼꼼히 분석하며 철학적 개념을 풀어주기 때문에, 텍스트를 다시 읽을 때 훨씬 명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카뮈나 보부아르 등 20세기 프랑스 지성사에 관심 있는 학습자들에게도 적합하다. 사르트르는 당대 프랑스 사상계의 중심에 있었고, 그를 이해하면 동시대 다른 사상가들과의 관계망도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자유와 책임, 선택과 결단 등 실존적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추천한다. 사르트르의 철학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삶의 문제를 다룬다. 무한한 자유 앞에서 느끼는 불안, 타자와의 관계에서 겪는 갈등,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자유 사이의 긴장 등은 모두 현재진행형 질문이다.
철학과 문학의 접점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강의다. 사상이 어떻게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되는지, 문학이 철학적 사유를 어떻게 풍부하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수강팁
강의는 총 8강 32교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강의가 약 90분 내외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특히 관심 가는 주제부터 선택해서 들어도 좋다. 예를 들어 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3강 『구토』와 4강 참여문학론을, 사회철학에 관심 있다면 7강 폭력론과 8강 증여론을 먼저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반드시 활용하자. 처음 들을 때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두 번째는 강의록을 보며 세부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면 효과적이다. 철학 개념들이 낯설 수 있으므로,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반복 학습을 통해 점차 깊이를 더하는 것이 좋다.
사르트르의 원전을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구토』는 비교적 쉽게 읽히는 소설이므로 강의 전후로 읽어보면 이해도가 크게 높아진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같은 짧은 에세이도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강의 중 나오는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같은 다른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배경지식을 쌓아두면 사르트르 사상의 위치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관련 강좌를 병행 수강하는 것도 방법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명제가 단순한 철학 용어가 아니라 삶의 태도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나무의 본질과 실존이라는 비유를 통한 설명이 특히 명쾌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학과 철학을 함께 다루는 구성이 좋았다는 의견이 두드러진다. 『구토』를 읽고 강의를 들으니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고, 다시 읽고 싶어졌다는 후기가 여럿 있다. 철학 텍스트만으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개념들이 소설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실존주의 계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준 점도 호평받는다. 키에르케고르부터 하이데거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사르트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실존철학의 전체 지도가 그려졌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수강생들은 강의 초반에 배경 설명이 다소 길다고 느꼈고, 방대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다 보니 정리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다.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고 반복 학습하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자유와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무게를 감당할 힘을 얻었다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이직, 인간관계, 선택의 순간에서 사르트르의 사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증언들이 이어진다.
■ 마치며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우리는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진정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한다. 진로, 관계, 가치관, 삶의 방식까지 모든 것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정해진 답은 없고, 우연과 불확실성만이 가득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강의는 단순히 20세기 한 철학자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존재하는 '나'의 실존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무한한 자유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타자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사르트르는 이런 질문들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말한다.
보부아르와의 계약결혼, 노벨상 거부, 알제리 전쟁 반대 등 사르트르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실존적 실험이었다. 그는 이론과 실천을 분리하지 않았고, 자신의 철학대로 살고자 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기 삶에 성실했다.
8강의 여정을 마치고 나면, 당신은 실존주의가 단순히 '어두운 철학'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긍정하는 사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불안은 실존의 반증이고, 자유는 축복이며, 선택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 자유와 책임의 무게를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변광배(불문학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서 「장 폴 사르트르의 극작품과 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문제」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사르트르 전문가로 『존재와 무』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 등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고, 주요 저서를 번역해 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대우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프랑스인문학연구모임 ‘시지프’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