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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죽음과 디오니소스의 부활
1888년 가을과 겨울을 니체는 자기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고 칭송했었다.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바그너의 경우』, 『니체 대 바그너』,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집필되었다. 이성의 마지막 순간에 태풍이 휘몰아친 듯하다. 니체는 하루하루를 땅에 묻으며 제사를 지내듯이 신중하게 살았다. 매일 이별하며 살았다. 하나씩 놓아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에 다가설수록 인생을 위한 제전은 더욱 장엄한 음악으로 변해갔다. 철학자는 바라던 대로 신이 되었다. 디오니소스가 되어 찬송가를 부른다. 자기 자신을 위한 송가다. 생로병사의 길목에서 마지막 죽음을 맞이한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축제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눈물을 압도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생의 예찬
1889년 1월 3일, 니체는 알프스의 도시 토리노의 광장에서 광기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그를 두고 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광기는 수수께끼와 같다. 아무도 제대로 미쳐본 자가 없어서 그가 본 것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마치 달의 뒷면을 닮았다고 할까. 니체의 마지막 11년 7개월은 광기의 세계에서 보냈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그의 마지막 사진들이 보여주는 얼굴 표정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먼 곳을 향한 그의 시선을 보며 감히 미쳤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지랄 발광하는 눈빛이 아니어서이다. 인문학자 단테도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라고 말했었다. 니체도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니체가 청혼하고 사랑했던 그 여인, 그 같은 여자를 사랑했던 시인 릴케도 “오라 너, 너 마지막이여”라고 노래했다. 이것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노랫말이다.
운명을 사랑하는 변신의 삶
생로병사는 사람의 일이다. 박수를 받으며 태어난 인생이 죽음을 울음으로 장식해야 할까. 니체는 우연을 구원하라고 가르쳤다. 출생은 우연이었어도 그것을 필연으로, 또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스스로 신이 되어 자기 자신을 위한 구원자가 되라! 사람은 신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때로는 독수리가 되고, 때로는 아리아드네가 되고, 때로는 미로가 되고, 때로는 진리가 되고, 때로는 디오니소스가 된다. 끝까지 불 속에서 타다가 결국에는 빛의 세계로 접어든다. 삶의 현상만큼이나 다양한 변신이 이루어진다.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