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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생성하고 있는 철학
아무리 옛 문헌을 읽으며 과거의 철학자와 대화를 하더라도, 결국 철학적 사유란 언제나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의 숲과 명상의 산책로를 거닐다가도 종종 뜨거운 논쟁이 오가는 철학자들의 회랑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누가 어떤 논변과 주장으로 새로운 쟁점을 가져 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철학자들의 회랑이란 대중의 광장과 함께 지금, 여기의 담론을 만들어내는 대화의 장소일 테니까.
들뢰즈 이후 현대 유럽철학의 가장 큰 논쟁
최근 우리의 관심사는 현대 유럽철학의 현재적 지형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들뢰즈 이후 다시 새롭게 철학의 중심이 된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가로지르는 논쟁과 진영들이 새로운 철학적 소식의 주된 주제가 된다. 들뢰즈, 라깡 등 20세기 대철학자들이 남긴 유산 속에서 메이야수의 ‘상관주의’ 비판이 준 충격이 본격적인 도화선이 되어 이른바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뉴웨이브가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먼이 대표하는 사변적 실재론이 현재의 철학적 지형을 망라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들뢰즈의 유물론적 영감을 더 충실하게 이어받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유물론자들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새로운 사유, 현재의 정치적 테제에 대한 민감한 문제의식으로 기존의 사유를 재전유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신유물론의 지형도
이 강의에서 소개되는 이름들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들릴 것이다. 사상을 압축한 대저를 내놓고 충분히 논의된 후에 소개되는 과거의 대가들이 아니라, 현재적인 논쟁 속에서 상대를 비판하고 새로운 주장을 내놓고 있는 이론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강의는 누군가의 이론을 소개한다기보다는 생성하는 운동의 여러 모멘트들을 확인함으로써, 신유물론의 사상적 지형도를 통해 그 이론의 중요한 요소들을 개관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가장 추상적인 형이상학의 개념과 이론이, 현실의 첨예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사유의 모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준영(철학자, '수유너머 104' 연구원)
‘수유너머 104’ 연구원. 현대철학 연구자. 대학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프랑스철학을 연구했다.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는 주로 들뢰즈와 리쾌르의 철학을 종합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대철학과 불교철학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유물론'에 관심을 두고 번역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