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추상적 보편성의 학문으로 이해되지만, 이러한 접근은 철학을 낳은 복합적 환경과 조건을 탈각시킨다. 한 시대의 사유는 그 사유를 낳은 특유의 가능 조건과 결부된 것이기에, 구체적 역사성의 고려는 필수적이다. 고에서 해방되어 해탈에 이르려 한 인도 철학, 난세를 치세로 바꾸려 한 동북아 철학, 허무에서 해방되어 영원을 향하려 한 그리스 철학은 완전히 상이한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다.
이 강의는 그리스와 로마를 주축으로 형성된 지중해 세계의 철학이 대서양 세계로 전파되면서 겪은 변화 과정을 추적한다. 회의주의와 에피쿠로스, 스토아 철학을 경유해 이슬람 세계의 철학을 다루고, 스콜라 철학의 흥륭과 쇠퇴, 르네상스 인본주의를 거쳐 데카르트의 근대 주체철학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을 살펴본다. 학제와 분과의 경계를 넘어 동양과 서양을 균형 있게 조망하는 입체적 서술이다.
■ 강의특징
이정우 교수는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른다. 지리, 역사, 경제, 문학, 철학, 예술을 아우르는 사상사의 전체 구도를 보여준다. 단순히 철학자 이름과 개념을 나열하지 않고 당시 시대 상황과 지리적 조건까지 설명한다.
전체 6강은 그레코-로망 시대에서 근대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1강은 디오게네스와 견유학파, 회의주의,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을 다룬다. 2강은 스토아 철학의 논리학과 윤리학, 키케로와 세네카, 플로티누스와 아우구스티누스를 살펴본다. 3강은 이슬람 세계의 도래와 이븐 루쉬드, 알-가잘리 논쟁을 논한다. 4강은 십자군 전쟁과 스콜라 철학, 토마스 아퀴나스를 다룬다. 5강은 오컴의 면도날과 마키아벨리, 엔클로저 운동과 자본주의 탄생을 탐구한다. 6강은 몽테뉴와 파스칼,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다룬다.
■ 추천대상
철학사의 큰 그림을 잡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철학 입문자가 철학사의 전체 흐름을 익히는 데 독보적이라는 평이 많다. 개별 철학자의 사상보다 철학사의 맥락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익하다.
서양철학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대부분의 철학사가 그리스에서 바로 중세로 넘어가지만, 이 강의는 이슬람 철학을 제대로 다룬다. 십자군 전쟁이 철학 전파의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 신선하다. 스토아 철학을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 데카르트의 근대 주체철학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만 강의록이 없으므로 필기하며 듣거나 교재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 수강팁
총 9시간 51분으로 적당한 분량이다. 각 강의가 90-110분 정도이므로 교시별로 나누어 들으면 좋다. 강의록이 없으므로 중요한 내용은 필기하며 듣자. 교수님의 저서 『세계철학사』를 함께 보면 더욱 좋다.
1강의 그레코-로망 시대 특징을 이해한 뒤, 2강에서 스토아 철학의 흐름을 파악하자. 3강의 이슬람 철학은 생소할 수 있으니 집중이 필요하다. 4강의 스콜라 철학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근대 철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5강의 오컴의 면도날 부분은 특히 주목하자. 중세 철학을 해체하는 혁명적 사유였다. 6강의 데카르트 부분은 전체 강의의 결론이므로 앞부분의 맥락을 이해하고 들어야 한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철학사의 큰 그림을 잡는 데 최고라고 말한다. 철학 입문자도 전체 흐름을 익히기에 독보적이라는 평이 많다. 이정우 교수가 평생 연구한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느낌이라는 의견이 눈에 띈다.
이슬람 철학을 제대로 다룬 점이 특히 호평받았다. 철학사 책에서도 잘 안 다루는 부분인데 신선했다는 후기가 많다. 역사, 경제, 철학이 연결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는 평, 회의주의와 에피쿠로스 원자론이 충격적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오컴의 면도날 설명이 명쾌했다는 평가다. 다만 강의록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과 2회독을 추천한다는 의견도 있다.
■ 마치며
그리스 철학이 서구 사유에 각인시킨 강렬한 뿌리는 현실과 이상으로 축약된다. 지중해 세계에서 등장한 사상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움직이는 사유의 운동이었다. 초월과 자연, 인간의 운명, 도덕적·윤리적 실천을 사유해 왔다.
지중해 세계의 철학이 로마 제국과 이슬람, 대서양 세계로 전파되며 어떻게 굴절되었는가. 로마가 지중해를 석권하면서 철학은 세계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으로 변모했으나 그 위상은 약화되고 역할은 종교로 이전되었다. 이정우와 함께 헬레니즘에서 르네상스까지, 철학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따라가는 지적 여정을 시작하자.
강사소개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