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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실한 객관적 시각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아케이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던 19세기. 보들레르는 변화하기 시작하는 세상에 대해 많은 시를 썼다. 그의 작품 「파리의 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간이 일찍이 본 일도 없는/그 무서운 경치의/어렴풋하고 먼 이미지가/오늘 아침에도 나를 호린다.’
보들레르의 눈에 비친 역동적인 자본주의의 풍경은 이런 ‘무서운 경치’였다. 보들레르는 그 풍경에 어떤 충격이라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그의 눈에 비친 파리의 자본주의보다 오늘날 한국의 상가는 더 현란하게 치장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으로 가득한데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일상의 풍경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대체 백화점과 상가가 왜 무서운 풍경이어야 하는 걸까?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자본주의가 이 세상의 당연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충격을 경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결과, 보들레르처럼 날 선 비판의 시각을 가질 계기도 없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이미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의 위기
‘신자유주의 경제의 위기’라는 말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지금,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제시하고 있으며, 경제의 자유주의적 개념화에 의해 지배받은 19~20세기를 가장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대한 전환』을 번역한 경제학자 홍기빈은 이 강의를 통해 칼 폴라니가 비판한 자유주의 경제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 동향에 대한 명쾌한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외교학과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 학위를, 토론토 요크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러 매체에서 지구정치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폴라니, 베블런, 캅 등의 ‘제도주의 전통’에 근거하여 대안적인 정치경제학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구정치경제 체제의 변화 과정을 포착하는 것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