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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와의 타협을 거부한 자유분방한 철학자!
장자는 세상의 지배적인 논리에 따르지 않고 사는 방법을 추구했다.
청나라 왕이 보낸 두 대부가 낚시를 하고 있던 장자에게 와 정치하기를 청하자 그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듣기에
초나라에는 신구(神龜)가 있는데 죽은 지 3천년이나 되었다더군요. 왕께선 그것을 헝겊에 싸서 상자에 넣고 묘당 위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지만,
이 거북은 죽어서 뼈를 남긴 채 소중하게 받들어지기를 바랐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살아서 진흙 속을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까요?’
이렇게 정치를 거부한 그였지만 장자는 세상을 관망하며 자연에 칩거한 은둔자로 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세상 속에서 살면서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방법, 세상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한 사람이었다. 장자가 자기변화를 강조하고 이질적인
존재들의 소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목적 때문이다.
조삼모사의 오해를 벗겨라! - 조화로운 삶의 정신
“조삼모사인 줄도 모르고…, 쯧쯧”
어리석은 사람은 조삼모사(朝三暮四)보다 조사모삼(朝四暮三)이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한다. 실은 두 가지가 같은 것인데도 말이다. 이렇듯 조삼모사는 어리석은 사람을 풍자할 때, 혹은 얕은 수로 남을
속이는 사람의 교활함을 풍자할 때 쓰이곤 한다.
하지만 장자의 조삼모사는 사뭇
다르다.
아침 세 개, 저녁 네 개의 도토리에 만족을 못하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에 만족한다면
이것은 ‘상황’때문이다. 똑같은 양이지만,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나눠주는 방식만 바꿔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명칭과 실재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면서” 원숭이와 저공(狙公)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 이것이 조화(調和)이다. 장자는 조화로운 삶의 정신을
중시했던 사람이었다.
- (<장자(莊子), 세상 속에서 세상 찾기> 강의 중에서)
우화(寓話)의 철학 - 아름다운 비유 속에 숨은 진실
장자의 소재는 신화적인 연관성이
풍부하다. 그러나 장자는 신화를 차용하긴 했지만 신화를 소개하거나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재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려
한다.
사상의 대부분은 우언(寓言)으로 풀이되었으며 장자의 문장과 비유는 매우 아름다웠다. 강좌 곳곳에 그의
사상이 담긴 비유와 우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장자의 우화를 듣다보면 어느새 장자의 삶과 사상이 몸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물고기는 화(化)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붕의 등 넓이도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껏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쪽 바다를 향해 옮겨간다. 남쪽 바다는 하늘의 연못(天池)이다.”
“이상한 일을 다룬 『제해(齊諧)』라는 책에도 이 새에 대한 기록이
있다.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만리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 (<장자(莊子), 세상 속에서 세상 찾기> 강의 중)
김경희(동양철학자)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왕용계의 마음의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장자>의 ‘변’과 ‘화’의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특히 난해하기로 유명한 장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동양철학 전반을 연구해 왔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임대우강의교수를 거쳐
지금은 한국상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철학상담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