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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를 대략 46억년 정도로 본다면, 초기의 지구는 매우 뜨거워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
서서히 식어가며 대륙이 형성되고, 대기 중에 수증기 형태로 존재하던 물은 비로소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지구나이로 약 40억 년 전에서
38억 년 전, 생명체는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세포의 출현이 일어난 것이다. 최초의 살아있는 세포. 그것은 그
이전에 존재하던 모든 분자배합물과 달랐다.
오늘날 생명현상의 근원은 바로 '광합성'이다.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명체는 약 36억 년 전에 출현하게 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산소호흡'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오늘날 인간은 산소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많은 생명체가 그러하다. 물분해형 광합성이 시작되면서 대기 중에는 물에서 분리된 산소가 생겼다. 그리고 오늘날, 산소로 호흡하는 모든 생명체는 물분해형 광합성을 할 수 있었던 원시생명체에게 빚을 지고 있다.
생명체가 초기에 태동한 시기부터 36억년 동안, 지구상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앞서 지구의 나이를 46억년 가량으로 추산한다고 하였는데, 이를 감안한다면 지구 생명체의 역사 중 대부분은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미경을 이용해 쉽게 '세포'를 본다. 그러나 그 세포를 '생명체'로 인식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36억 년 간 지구상의 생명체는 오직 '세포'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세포 생명체는 대략 10억 년 전에 나타났다. 또한 단세포와 다세포 생명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그리고 그 이후 성별의 분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생명을 둘러싸고 산재한 질문들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암세포를 이해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강의 중에서)
우리 몸에서 자유를 선언한 세포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생식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암세포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암(癌). 과연
암세포의 존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박문호 교수는 말한다. 암세포는 단세포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다세포 동식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과 10억 년 전이다. 암세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독립을 선언한 암세포는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 몸의 정상 세포들은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렇다면 암세포는 무슨 일을 할까? 바로 자신에게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혈관의 생성을 유도하는 일이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세포에 공급되는 영양분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암세포는 살찌지만, 환자는 야위게 된다. 이런 점에서 암세포는 독립해서 살아가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페름기때의 박테리아가 발견된 적 있다. 당시 바닷물에서 형성된 미량의 소금 결정 속에, 2억 년 전의 박테리아가 갇혀 있었던 것이다. 이
소금을 잘라내 세포를 끄집어내고, 증식시켰을 때, 과연 증식에 성공했을까? 답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2억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
그 박테리아는 길고 긴 동면에서 깨어나 증식을 시작했다.
"세상에! 2억년동안 올스탑했던 거예요. 생명의 특징은 주위 상황이 안 되면, 2억년 동안 동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영양물질을 주면? 2억년 후에도 다시 살아나는 거죠."(강의 중)
"일단 생식세포와 체세포로 된 생명주기를 갖고 있으면 불멸성은 생식세포에게 양도된다. 이것은 체세포에게 생식세포를 만들 의무를 면제하고
생식체를 전달하는 전략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형태 형성은 진핵생물이 적소에 적응하려는 핵심전략이므로, 생식체를 만들어야하는 압박에서 자유로와 다세포 진핵생물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복잡한 형태구조를 만들었다. 신체기관들은 생식세포의 전달(때로는 양육도)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죽게 되어있다.
우리의 뇌도, 따라서 우리의 정신은, 나머지 체세포와 함께 죽게 되어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존재의 핵심적인 아이러니 하나에 도달했다. 즉
지각력이 있는 우리의 뇌는 우리 자신의 죽음의 전망에 대한 깊은 실망과 슬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생식세포와 체세포를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죽음을 발명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의 신성한 깊이>
박문호(뇌과학 전문가)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에이앤엠(Teaxs A&M)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반도체 레이저, 반도체 통신소자를 연구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학시절부터 그의 관심사였던 ‘천문학’과 ‘물리학’,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2007년 불교TV에서 <뇌와 생각의 출현>을 진행했으며, 수유+너머,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등에서 우주와 외를 주제로 강의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30년 간 자연과학 및 불교철학과 역사 등 다방면의 책을 꾸준히 읽어 세계에 대한 통합적 사고와 방대한 지식을 쌓은 독서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 두 가지에 성실하게 집중할 것을 강조해 왔다. '대중의 과학화'를 모토로 하는 시민학습모임 ‘(사)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