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그리스 비극은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서양 정신이 도달한 가장 깊은 고통의 심연이며,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적 성찰의 산물이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꽃피운 비극은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 운명과 의지의 충돌을 다루며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강의는 그리스 비극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기 전, 비극의 문학사적·철학사적·정치적 배경을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서사시에서 서정시를 거쳐 비극으로 발전한 그리스 문학의 역사는 곧 주체성의 탄생과 내면세계의 발견 과정이었다.
특히 비극의 직접적 기원인 디오니소스 제전의 의미를 탐구하고, 니체의 『비극의 탄생』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경유하며 비극의 형식과 카타르시스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 김상봉 교수의 수년간 학문적 연구가 집약된 이 강의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제공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체계'와 '깊이'다. 김상봉 교수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의 저자답게 방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비극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해명한다. 단순한 작품 해설이 아니라, 자유와 주체성의 본질, 보편성과 개별성의 내적 분열이라는 철학적 틀로 비극을 분석한다.
강의는 고전 그리스어의 어원 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타난 권력관, 페리클레스 시대의 자유 인식, 그리스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며 비극이 태동한 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서사시의 객관적 세계에서 서정시의 내면세계로, 그리고 주체와 객관이 충돌하는 비극으로의 장르 발전은 서양 정신사의 핵심 흐름이었다.
니체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비극론의 두 거장을 만난다.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의 대립, 연민과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스, 플롯과 성격의 관계 등 비극 이론의 핵심 개념들이 명료하게 정리된다. 헤겔의 변증법적 시각까지 접목되어 비극에 대한 다층적 이해가 가능하다.
■ 추천대상
그리스 비극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인문학 애호가에게 적합하다. 단순히 유명한 비극 작품의 줄거리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비극이 서양 정신의 근원인지, 어떻게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드러내는지 근본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철학, 문학, 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 필수적인 강의다. 칸트, 헤겔, 니체 등 서양 철학의 거장들이 왜 그리스 비극을 중요하게 다루었는지, 비극이 어떻게 근대 철학의 핵심 문제들과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주체성, 자유, 운명, 윤리 등의 개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연극이나 문학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비극의 형식적 요소들—플롯, 성격, 조사, 사상, 장경, 노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한 창작 원리를 담고 있다. 현대 사회의 비극적 상황을 어떻게 예술로 형상화할 것인가 고민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 수강팁
솔직히 말하자면, 이 강의는 만만치 않다. 이름도 낯선 그리스 인명들, 복잡한 철학 개념들,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 한정된 시간에 펼쳐진다. 재미 삼아 가볍게 들으려 한다면 말리고 싶다. 수강생 나름의 명확한 목적과 각오가 필요한 강의다.
김상봉 교수의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를 먼저 읽고 강의를 듣기를 강력히 권한다. 책과 강의를 함께 보면 이해의 깊이가 배가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니체의 『비극의 탄생』 같은 원전을 곁에 두고 참조하면 좋다. 강의 중 교수가 책을 찾는 시간이 있으니, 같은 판본을 준비하면 함께 따라가며 공부할 수 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라. 이 강의는 재수강을 부르는 강의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두 번째는 세부 개념을 정리하고, 세 번째는 철학적 함의를 음미하는 식으로 여러 번 들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특히 3강부터 6강까지 자유와 주체성을 다루는 부분, 11강과 12강의 디오니소스 제전 부분은 핵심이므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 수강후기에서
"그리스 비극은 비극 중의 비극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는 반응이 많다.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운명과 주체의 공속 속에서만 비극이 발생한다는 통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이들이 많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비극을 통해 던질 수 있었다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 헤겔까지 비극론의 거장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서사시-서정시-비극으로 이어지는 장르 발전을 주체성의 탄생이라는 철학적 문제와 연결한 점이 명쾌했다는 반응이다. 고전 그리스어 어원까지 동원한 깊이 있는 설명에 감탄했다는 후기도 있다.
다만 강의의 난이도가 높아 각오가 필요하다는 솔직한 의견도 있다. 영상과 음질이 다소 오래되어 불편했다는 지적, 강의 중 책을 찾는 시간이 길어 몰입이 깨진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내용의 탁월함 때문에 재수강을 반복한다는 열렬한 지지자들이 많다.
"비극은 세계에 굴복하지 않는 자아의 초월적 존재가치를 그린다"는 정의가 삶의 용기를 주었다는 감동적인 후기도 있다. 십년 가까이 미루었던 졸업을 결심하고, 그리스 비극으로 논문을 쓰기로 했다는 수강생의 이야기는 이 강의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마치며
"니들이 비극을 알아?" 이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강의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비극에 대한 인식을 근본부터 뒤흔든다. 비극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가장 깊은 철학적 성찰이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시민들이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비극을 관람하며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정치적·윤리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체험을 했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주체의 참여 없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것,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숭고한가를 배웠다.
현대 한국 사회에도 우리 시대의 비극이 있다. 권위주의와 패배주의, 자본과 권력의 횡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 것인가. 그리스 비극이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절실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강의를 통해 비극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빛나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바란다.
김상봉 교수의 진지함과 열정, 학문적 깊이가 빛나는 이 강의는 그리스 비극론의 완성판이라 할 만하다. <그리스 비극론 II>에서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의 구체적 작품들을 만나기 전, 이 강의로 튼튼한 이론적 토대를 쌓기 바란다. 각오가 되어 있다면, 이제 비극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김상봉(전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