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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증상을 즐겨라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환자를 대하면서 그의 증상을 제거하려 애썼다. 하지만 라캉은 프로이트와 견해를 달리한다. 라캉은 증상을 제거하여 정상적인 질서, 즉 상징계의 범주에 성공적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치료가 끝난다고 보지 않았다. 상징계는 완벽한 질서의 세계가 아니다. 그 자체로 결여의 세계이자 법에 의해 지탱되는 허약한 세계이다. 억압된 것들은 잠재되어 있다가 언제든 다시 증상으로 출현할 것이다. 주체는 상징적 법과 금지에 의해 욕망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아간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가 자신의 입법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당신의 욕망을 양보하지 말라
상징계의 질서, 가부장적 질서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치료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치료의 방향은 수정되어야 한다. 증상을 인정하고 그것의 역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 이것이 바로 라캉의 타락의 윤리학이다. 라캉은 주체의 고유한 향유(주이상스)를 양보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주체의 충동이다. 이 충동은 상징적으로 코드화된 회로를 따르지 않는다. 충동은 오히려 지배적 질서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고유의 영역을 창조할 수도 있다. 예술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향유의 윤리학
우리는 라캉에게서 상징적, 도덕적 가르침 말고 ‘다른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 라캉의 윤리는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비전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은 지배 질서의 억압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일탈할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 향유할 줄 아는 개별자들이다. 마치, 크레온의 법에 맞서 폴리네이케스를 옹호하며 시신을 묻어주기를 요구한 안티고네의 욕망이 도시 전체를 동요하게 만든 것처럼. 라캉을 통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참된 윤리의 모습을 찾고, 억압적 질서의 전복을 꿈꾸어보자.
<프로이트와 라캉, 그리고 퀴어>
백상현(정신분석학자)
정신분석학자. 프랑스 발랑스의 '에꼴데보자르' 졸업 후 파리8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라깡의 정신분석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학위논문 : 「증상적 문장, 리요타르와 라깡」). 고려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에서 정신분석과 미학을 강의했으며 한국프로이트라깡칼리지FLC 상임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임상분석가를 대상으로 여러 형식의 강의를 시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라깡의 인간학: 세미나 7의 강해』(위고, 2017), 『라깡의 루브르』(위고, 2016), 『고독의 매뉴얼』(위고, 2015),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책세상, 2014), 『헬조선에는 정신분석』(공저, 현실문화, 2016), 『발튀스, 병적인 것의 계보학』(현실문화, 근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