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전에는 상징이 있었다. 농부는 낫, 사대부는 붓이었다. 백정의 자식은 노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유가 없는 만큼 책임도 없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의 사람들은 팽창하는 자유와 함께 불안정성도 안게 되었다. 그들은 현대의 도시 속에서 고유의 상징성을 잃어버렸다.
보들레르와 파리 그리고 『악의 꽃』
보들레르는 1821년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기 전 1789년에는 프랑스 대혁명이 있었고, 그 혁명으로 인해 왕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 혁명 이후 또다시 왕정 국가가 세워지고 다시 혁명이 일어나는 등 프랑스는 혼란의 시기에 접어든다. 보들레르는 그런 불안정한 시기에 대도시와 함께 태어났다. 그리고 현대 시인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도시의 삶을 시로 형상화했다.
보들레르의 시가 여전히 우리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유는 현대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성이라는 것은 곧 도시의 생활을 뜻한다. 그는 자연이 아닌 도시에 대해 시를 썼다. 『악의 꽃』은 곧 도시를 은유하기도 한다. 보들레르는 시에서 실패하지만 잘 실패하는 것, 덜 실패하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을 노래한다. 도시의 삶은 추하고 악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구원을 발견하겠다는 태도, 그것이 바로 보들레르의 시선이다.
송승환(시인,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과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평론 부문에 각각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 2007), 『클로로포름』(문학과지성사, 2011), 문학평론집 『측위의 감각』(서정시학, 2010), 논문 「김춘수 시론과 말라르메 시론의 비교연구」, 「김구용의 「꿈의 이상」에 나타난 환상 연구」, 「김종삼 시의 시제와 주체의 상관성 연구」 등이 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와 계간 『시와 반시』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계간 『작가세계』와 『문학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