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교양인의 상징이다. 햄릿의 독백,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리어왕의 비극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를 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아는 셰익스피어는 몇몇 유명 작품에 국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천편일률적인 해석에 머물러 있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37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 중에서 우리가 제대로 아는 것은 얼마나 될까.
이 강의는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탐독하며 그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히는 데 목표를 둔다. 특히 사극(Histories)에 주목한다. <리차드 2세>와 <헨리 5세>를 통해 튜더 왕조의 신화와 장미전쟁이 끝나는 시점의 영국사를 살펴본다. <오셀로>의 마키아벨리즘, <맥베스>의 과도한 상상력, <뜻대로 하세요>의 남장과 여자배우의 등장, <아테네의 타이먼>의 인간혐오까지 다룬다. 마지막으로 <소네트>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시 세계를 조망한다.
16세기 영국 르네상스 시대, 30년에 걸친 장미전쟁이 끝나고 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중산층이 대두되었다. 이들은 교훈 위주의 성극에 지루함을 느끼고 교훈과 재미(Dulce et Utile)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장르를 원했다. 상설극장이 생기고 후원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셰익스피어는 그 중심에 섰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텍스트만 읽어서는 안 된다. 역사와 문화를 연계한 종합적 해석이 필요하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적 배경과 문학 작품을 긴밀하게 연결한다는 점이다. 공성욱 교수는 영국 르네상스 사회의 변화, 장미전쟁의 여파, 튜더 왕조의 정치적 함의를 먼저 설명한 뒤 작품으로 들어간다. <리차드 2세>를 읽을 때는 봉건주의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을 함께 본다. <헨리 5세>에서는 애국주의와 프로파간다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이 단순히 문학적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당대 사회의 산물이자 반영임을 깨닫게 된다.
연극 미학적 분석도 강의의 중요한 축이다. <헨리 5세>의 코러스 역할을 설명하면서 브레히트의 소외효과까지 언급한다. 역사를 보는 객관적 거리를 확보하려는 셰익스피어의 극작술이 현대 연극 이론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뜻대로 하세요>에서는 남장이라는 장치를 통해 르네상스 시대 연극의 사회적 조건을 분석한다. 당시 여자배우가 없었기에 남자배우가 여성 역할을 했고, 극 중 여성 인물이 다시 남장을 하는 이중의 구조가 만들어낸 복잡한 젠더 게임을 살펴본다.
인물 분석에서 현대성을 포착하는 것도 이 강의의 강점이다. <오셀로>의 질투와 의심, <맥베스>의 과도한 상상력과 기만은 현대인의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정의 비극(domestic tragedy)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된다. <아테네의 타이먼>의 인간혐오는 자본주의 사회의 배신과 환멸을 떠올리게 한다. 셰익스피어 극이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시대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공성욱 교수의 강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판서를 활용한 명료하고 깔끔한 설명은 복잡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작품의 핵심 주제와 인물 구도를 명확히 정리해주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다만 깊이 있는 만큼 셰익스피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편이 수월하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셰익스피어의 유명 작품들은 알지만 그 너머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만 안다고 해서 셰익스피어를 안다고 할 수 없다. 그의 문학 세계는 훨씬 넓고 깊다. 사극과 희극, 소네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지식의 폭을 확장하고 싶다면 이 강의가 좋은 선택이다.
영국 역사와 르네상스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장미전쟁, 튜더 왕조, 절대군주제의 확립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문학 작품 속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볼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할 때 연대기와 사건만 외우면 재미없다.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역사가 살아난다. 셰익스피어의 사극은 역사책보다 생생하게 당대의 정치와 사회를 전달한다.
연극이나 문학 이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배울 점이 많다. 코러스의 역할, 무대 구조의 전환, 남장과 젠더 문제, 비극의 리듬 같은 주제들은 단순히 셰익스피어를 넘어 연극 일반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셰익스피어와 연결 짓는다거나,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관점에서 타이먼을 분석하는 것은 문학 이론의 실제 적용 사례가 된다.
다만 셰익스피어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강의가 작품의 세밀한 강독보다는 핵심 주제와 역사적 맥락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원전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듣는다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적어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몇 편은 읽어본 경험이 있어야 편하게 따라갈 수 있다.
■ 수강팁
강의를 듣기 전에 다루는 작품들을 미리 읽어보면 좋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리차드 2세>, <헨리 5세>, <오셀로>, <맥베스> 정도는 간단한 줄거리라도 파악해두자. 작품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들으면 인물 관계와 줄거리 전개에 정신이 팔려 핵심 분석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작품을 알고 있다면 교수의 해석이 얼마나 새로운지, 어떤 통찰이 추가되는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자. 공성욱 교수는 판서를 통해 구조화된 설명을 하기 때문에 강의록에 핵심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한 번 듣고 지나가기보다는 강의록을 보며 복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역사적 배경이나 연극 이론 같은 부분은 한 번에 소화하기 어려우므로 메모를 해가며 정리하는 것을 권한다.
1강을 소홀히 하지 말자. 영국 르네상스 사회와 연극의 배경을 다루는 1강은 전체 강의의 토대다. 여기서 시대적 감수성의 변화, 경제구조의 변동, 중산층의 등장, 교훈과 재미의 추구 같은 개념들이 소개되는데, 이것들이 이후 모든 작품 분석의 준거가 된다. 1강을 건너뛰고 바로 작품 강의로 가면 맥락 없이 파편적인 지식만 얻게 된다.
여유 있게 시간을 배분하자. 총 10시간이 넘는 분량을 한꺼번에 소화하려고 하면 힘들다. 한 주에 1~2강씩, 두 달 정도에 걸쳐 천천히 듣는 것이 좋다. 각 강의가 끝난 뒤에는 해당 작품에 대한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거나,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더 깊이 공부해보는 시간을 갖자. 강의는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지식의 확장이다. 햄릿과 리어왕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 사극과 희극, 소네트까지 접하며 셰익스피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는 고백이 여러 후기에 등장한다. 교양으로 몇 작품 안다는 것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역사와 문학을 연결하는 접근법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장미전쟁, 튜더 왕조, 경제구조의 변화 같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뒤 작품으로 들어가니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는 평이다. 한 수강생은 "인문학을 지식 쌓기로만 생각했는데,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게 되었다"고 썼다. 문학 작품이 고립된 텍스트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산물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공성욱 교수의 명료한 강의 방식도 호평을 받는다. 판서를 활용한 구조화된 설명, 핵심을 짚어주는 명확한 분석이 복잡한 내용을 쉽게 만든다. "학원 강사처럼 깔끔하게 가르쳐주신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어려운 문학 이론이나 역사적 맥락도 교수의 설명을 거치면 이해가 된다.
구체적인 작품 분석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많다. <헨리 5세>의 코러스를 브레히트의 소외효과와 연결한 것, <오셀로>의 가정 비극이 현대성을 띤다는 해석, <맥베스>의 비극을 자각과 지혜의 리듬으로 읽는 관점 등이 특히 인상 깊었다는 평이다. 한 수강생은 "<뜻대로 하세요>에서 남장의 의미를 젠더와 연극사의 맥락에서 분석한 것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다만 난이도와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셰익스피어 입문자에게는 다소 버겁다는 지적이다. 기본 지식이 없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또 10시간이 넘는 분량에 8편의 작품을 다루다 보니 각 작품에 할애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세밀한 강독보다는 핵심 주제 중심 설명이어서, 작품을 깊이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원전을 따로 읽는 노력이 필수라는 의견이다.
일부 수강생은 강의가 주제에서 벗어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7강에서 <아테네의 타이먼>을 다루며 박지원 이야기를 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강의인데 왜 한국 문학을 끌어오냐는 질문이다. 흥미 유발을 위한 장치였을 수도 있지만, 원강에 충실하길 바라는 수강생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깊이 있는 탐독의 시작점이 되었다", "셰익스피어를 보는 새로운 눈이 생겼다", "문학과 역사의 연결을 배웠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강의록과 함께 공부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반응이다.
■ 마치며
셰익스피어는 4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의 작품이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화려한 문체나 극적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주제, 역사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있기 때문이다. 질투, 야심, 사랑, 배신, 권력, 정의 같은 주제들은 르네상스 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줄거리를 아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 그가 목격한 역사적 사건들, 그가 몸담았던 연극계의 조건들을 알아야 한다. 작품은 진공 상태에서 나오지 않는다. 장미전쟁이 끝나고 튜더 왕조가 들어서고 중산층이 대두되는 역동적인 시대가 있었고, 그 속에서 셰익스피어는 썼다. 역사와 문화를 연계한 종합적 해석이 필요한 이유다.
이 강의는 셰익스피어 탐독의 시작점이다. 햄릿과 로미오만 알던 세계에서 리차드와 헨리와 타이먼까지 아는 세계로 확장된다. 사극과 희극과 소네트를 두루 접하며 그의 문학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깨닫는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텍스트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대화하고 역사를 사유하는 일임을 배운다.
공성욱 교수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라는 나무만 바라보지 말고 영국 르네상스라는 숲을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작품이 더 입체적으로 보이고, 문장 하나하나가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인문학을 지식 축적으로만 여기지 말고 현재와 연결하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우리 시대를 생각하고, 우리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